1. 게이샤의 추억을 따라 걷다
2005년 개봉한 영화 Memoirs of a Geisha(게이샤의 추억)는 한 여성의 삶과 사랑, 그리고 침묵 속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대부분이 일본 교토에서 촬영되었으며, 실제로 그 거리와 사찰, 골목은 지금도 영화 속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2024년 10월, 가을의 교토를 직접 여행하며 밟은 게이샤의 추억 촬영지들을 중심으로, 장면과 현실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오감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영화 팬뿐 아니라 교토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디테일하고 실용적인 정보까지 더해드리니, 여행 전 반드시 최신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시고, 이 글을 참고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 인천공항에서 교토 가는 방법
구간 | 교통 수 | 소요 시간 | 비용(편도 기준) | 상세 정보 |
인천(ICN) > 간사이공항(KIX) | 항공 (직항) | 약 1시간 50분 | 15만 ~ 25만 원 | 대한항공, 아시아나, 피치항공 등 |
간사이공항 > 교토역 | 특급 하루카 (JR WEST) | 약 75분 | 약 2,900엔 (한화 약 2.6만 원) | 편도 기준, 좌석 지정 가능 |
간사이공항 > 신오사카 > 교토 | JR 공항선 + 신칸센 | 약 90분 | 약 4,500엔 (한화 약 4만 원) | 이동 횟수 1회 / 빠른 속도 |
추천 경로
① 직항 항공 + 특급 하루카 이용 (가장 편하고 인기 있는 루트)
- 항공권 예약 시 간사이공항 도착 선택
- 간사이공항에서 JR선 탑승 > 하루카 특급으로 교토역까지 직행
② 항공 + JR 환승 (신오사카 경유)
- 시간 단축 원할 경우 신오사카역까지 JR 공항선 이동 후
- 신칸센으로 교토역까지 20분 추가 이동
실전 팁
- 항공권은 출국 4~6주 전 예약 시 평균 요금 확보 가능
- 하루카 열차권은 ICOCA & HARUKA 패스로 구매 시 약 1,200엔 이상 할인
- Klook, JR 패스몰 등에서 미리 예매 가능
- 간사이공항에서 교토역까지는 하루카 특급이 가장 비효율 없이 연결
3. 미야가와초 – 사유리의 걸음이 남아 있는 골목
제가 교토에 도착한 건 10월 20일, 맑은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단풍이 골목을 따라 흩날리던 오후였습니다. 미야가와초는 영화 속 어린 사유리가 게이샤가 되어 처음으로 거리를 걷던 장면, 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회장을 만나게 되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이 지역은 실제로도 게이샤와 마이코들이 활동하는 한적한 한 거리로, 혼잡한 기온과는 또 다른 정적이 흐릅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옛 일본 가옥 특유의 낮은 기와지붕과 나무 격자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어깨를 감쌉니다. 그 빛이 건물의 그림자를 따라 길게 뻗을 때,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아름답지만, 이곳은 관광지이기보다는 누군가의 삶이 있는 공간이므로 지나칠 때는 조용히, 그리고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사유리의 첫 등장처럼, 조심스럽지만 우아하게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발끝으로 닿는 나무 바닥의 감촉마저도 이야기를 건네는 듯합니다.
여행팁
이 지역은 저녁 무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은은한 등불이 낮은 골목 사이사이를 밝혀줍니다. 카메라보다는 조용한 마음을 챙기시길 추천합니다. 사진보다, 기억이 더 오래 남습니다.
4. 후시미 이나리 신사 – 붉은 도리이 속에서 다시 피어난 정념
영화 중반부, 사유리가 격정적인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달려나가는 장면은 바로 이곳,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의 붉은 도리이 숲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수천 개의 도리이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 공간이며, 정적인 미와 동적인 열정이 공존하는 장소입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은 오전 8시경. 대부분의 관광객이 아직 도착하기 전이어서, 새벽의 서늘한 공기와 안개가 붉은 기둥 사이를 부유하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걸으면 바닥에 깔린 낙엽 소리가 스치는 소리만이 귀를 울립니다.
이곳에서는 꼭 사유리처럼, 감정을 다 담아낸 듯 걷게 됩니다. 사랑과 슬픔,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인의 내면이 붉은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듯합니다.
유의사항: 최근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인해 혼잡한 시간이 많습니다. 오전 7시~8시 사이 방문을 추천드리며, 도리이 내부에서는 삼각대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조용히 둘러보며 걷는 여행자만이 이 장소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5. 고다이지 – 사유리가 빗속에서 달려간 연못의 여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사유리가 빗속에서 회장을 찾아가 연못가에 서 있던 장면입니다. 그 배경이 되었던 곳이 바로 고다이지(高台寺)입니다. 이곳은 실제로도 비 오는 날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이 자자한 사찰로, 정갈한 정원과 함께 사유리의 감정이 고요하게 퍼져나갔던 공간입니다.
제가 찾은 날도 마침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젖은 돌길과 그 위를 스치는 대나무 잎의 부딪힘 소리가 묘하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고다이지의 정원은 사계절 내내 다르지만, 영화 속처럼 감정이 물결치는 순간은 가을비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자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회장을 기다리던 사유리처럼, 저도 그 자리에 앉아 오래된 나무와 연못을 바라보며, ‘기다림이 사랑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제 정보: 고다이지 입장료는 성인 기준 600엔이며, 연계 티켓을 구매하면 인근의 엔도 사찰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습니다. 경내는 조용히 둘러봐야 하며, 카메라 셔터 소리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예의입니다.
교토까지 가는 방법과 실전 팁
항공권: 인천국제공항(ICN)에서 간사이국제공항(KIX)까지 직항은 약 1시간 50분 소요되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피치항공 등이 운항합니다. 평균 왕복 요금은 비수기 기준 25만 원~35만 원이며, 성수기(봄, 가을 단풍철)에는 45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 2025년 봄 기준 최신 항공편 조회는 반드시 출국 전 2주 이내에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교토 접근 방법: 간사이공항 도착 후, JR 간사이 공항선 → 신오사카 → JR 신칸센 또는 특급 하루카 이용 시 약 80~90분 소요됩니다.
유용한 소품 및 준비물
- 방수 가능한 얇은 트렌치코트 (가을, 봄 추천)
- 사찰 및 전통 거리 방문 시 조용한 발소리의 플랫 슈즈
- 일본 교통 앱 (NAVITIME, Google Maps 필수)
- 소형 우산 또는 양산 (교토의 햇살은 의외로 강함)
여행 팁과 유의사항
- 교토는 ‘조용함’이 매너입니다. 대화는 낮은 톤으로 유지해 주세요.
- 미야가와초 및 기온 지역에서는 게이샤를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 사찰 내 촬영은 허용된 장소 외에는 금지됩니다. 표지판을 반드시 확인해 주세요.
- 일부 지역은 현금만 받는 상점이 있으니 엔화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6. 사유리의 맛을 따라 걷다 – 미야가와초, 후시미 이나리, 고다이지 근처 감성 맛집 & 디저트 산책기
1) 미야가와초 – 조용한 골목 속 한 그릇의 온기, 'Giro Giro Hitoshina'
위치: 420-7 Nanba-cho, Shimogyo-ku, Kyoto
가는 방법: 기온시조역에서 도보 7분, 가모강을 따라 남쪽으로 걷다보면 낮은 돌담 사이로 작은 입간판이 보입니다.
미야가와초는 전통과 고요함이 어우러진 거리입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꼭 영화 속 사유리가 어릴 적 처음 오키야에 발을 들이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집집마다 달린 나무 발판, 정갈하게 말린 빨래, 길게 뻗은 대나무 울타리는 어떤 말도 없이 “이곳은 시간을 지키는 장소”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바로 그 정적 속에서 저는 'Giro Giro Hitoshina'라는 소규모 가이세키 요리집에 들어섰습니다. 내부는 전통 다다미가 아닌 현대적인 좌식 바 구조로, 셰프가 바로 앞에서 하나하나 요리를 준비해주는 방식입니다. 따뜻한 유자 향이 스며든 된장국과, 연근과 참깨를 갈아 만든 부드러운 야채 튀김은 소리 없이 감각을 자극합니다.
식사를 하며 문득 떠오른 장면은 사유리가 처음 ‘게이샤’의 삶을 배우며 조용히 밥상을 마주하던 순간입니다. 말없이 예의를 갖추고, 천천히 먹는다는 것. 그건 단지 식사가 아니라 존재의 방식을 익히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서의 한 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료 하나하나가 말을 걸고, 그 맛을 따라 내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 후시미 이나리 – 붉은 도리이 숲 아래 조용한 쉼, 'Vermillion Café'
위치: 5-31 Fukakusa Kaidoguchi-cho, Fushimi-ku, Kyoto
가는 방법: JR 이나리역에서 도보 3분, 후시미 이나리 신사 입구 옆 골목길 따라 약간 올라가면 왼편에 작은 검은 간판이 보입니다.
후시미 이나리는 오전 8시 전의 적막한 시간에 가장 영화 같아집니다. 안개 낀 도리이 사이로 걷다 보면, 자신이 어떤 감정의 바다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붉은 색 속에 휩싸이게 됩니다.
한참을 걷고 난 뒤, 발을 멈춘 곳은 바로 ‘Vermillion Café’. 도리이 바로 옆이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금 안쪽에 숨은 듯한 이곳은, 영화 속 사유리가 폭우를 뚫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던 장면과 오버랩됩니다.
나무로 둘러싸인 테라스, 매화 향이 희미하게 섞인 따뜻한 공기, 고요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 마치 영화 속 사유리가 무언가를 기다리듯,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추천 메뉴는 핸드드립 커피와 말차 브라우니.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감돌 때, 그건 슬픔의 잔향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한 모금의 물처럼, 복잡한 감정은 조용히 정리되어갔습니다.
3) 고다이지 – 대나무 숲을 지나 만난 위로, 'Kasagiya'
위치: 349 Masuya-cho, Higashiyama-ku, Kyoto
가는 방법: 고다이지 정문에서 나와 기요미즈자카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기온 거리에 맞닿는 좁은 골목 안.
비 오는 날 고다이지를 나와 젖은 돌계단을 조심스레 내려오던 중, 우산 끝에 맺힌 빗방울처럼 작고 조용한 찻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Kasagiya’는 100년이 넘은 교토식 디저트 전문점으로, 내부는 매우 협소하지만 그 안엔 시간이 천천히 흐릅니다.
이곳에서 주문한 것은 앙코를 듬뿍 올린 ‘젠자이(팥죽)’와 말차. 앉자마자 나무 창살 너머로 보이는 젖은 정원, 향나무 문짝의 따뜻한 냄새, 그리고 말없이 따뜻한 찻잔을 건네는 주인의 손짓까지—그 모든 것이 감각을 어루만졌습니다.
사유리가 회장을 위해 고요히 연못가에 서 있던 그 장면. 감정이 말이 되기 전, 표정도 되지 못할 때, 오직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누군가를 향한 진심을 전하려 했던 그녀처럼, 이 공간도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여기서의 시간은 감정과 감정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같았습니다.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많은 말을 나눈 듯한 오후였습니다.
7.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 교토 영화 촬영지 여행기 (미야가와초, 후시미 이나리, 고다이지를 중심으로)
Memoirs of a Geisha(게이샤의 추억)는 기억 속 어느 계절처럼 고요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남는 영화입니다. 사유리가 걸었던 골목, 숨죽이며 감정을 눌러 담았던 사찰, 붉은 도리이를 지나며 내면을 일으키던 장면들. 교토에서의 여정은 단순한 '장소 탐방'이 아닌, 영화의 감정을 다시 몸에 새기는 과정이었습니다.
미야가와초를 걷던 날, 잎이 진 은행나무 아래서 조용히 문을 닫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사유리가 마음을 다잡으며 처음 화장을 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을 세상에 내보이는 그 순간처럼, 나 역시 새로운 나를 마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골목의 공기는 담백했으며, 나무문 사이로 스며들던 빛은 꼭 사유리의 눈빛처럼 단단했습니다.
후시미 이나리에서는 말보다 발걸음이 감정을 이끌었습니다. 새벽녘, 붉은 도리이 사이로 스며드는 안개를 바라보며 걸었을 때, 영화 속 그녀가 어딘가로 달려가던 장면이 겹쳐졌습니다. 감정이란 것이 꼭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 공간은 말없이 알려주었습니다. 도리이마다의 그림자가 마치 감정의 켜처럼 느껴졌고, 그 안에서 나는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내가 조용히 겹쳐지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고다이지에서는 빗방울이 연못을 치는 소리와, 대나무 숲 사이로 흘러드는 바람 소리만이 감정을 이끌었습니다. 영화 속 마지막에, 사유리가 회장을 향해 걸어가던 장면처럼, 저도 오래된 정자 위에 앉아 누군가를 떠올렸습니다. 잊은 줄 알았던 이름, 지워졌던 기억, 그리고 용서하지 못했던 내 마음까지. 고다이지의 시간은 과거와 화해하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비는 그침 없이 내렸고, 저는 그 비 안에서 더 이상 흘리지 않아도 되는 눈물을 대신 흘렸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영화의 장소들을 걸었지만, 그보다 더 깊이 스며든 건 영화가 남긴 정서와 그 안에 담긴 질문들이었습니다. 사랑은 기다림인가, 선택인가. 침묵은 약함인가, 강함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질문들은 교토라는 도시의 시간과 결이 맞닿으며 더욱 깊이 스며들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토는 조용히 말합니다. “너는 네 감정의 무게를 알고 있는가?”
그리고 영화는 덧붙입니다. “너는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바꿀 수 있는가?”
당신도 언젠가 교토를 걷게 된다면, 단지 영화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한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게이샤의 추억이 그랬던 것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한 아름다움으로 당신의 내면을 채워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장면처럼 기억될 여행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You cannot say to the sun, ‘More sun,’ or to the rain, ‘Less rain."
"태양에게 더 빛나라고, 비에게 덜 내리라고 말할 순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