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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 (Nightmare Alley), 그림자와 빛 사이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버팔로로 떠난 어둠의 미학 여행기

by insightaction3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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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앨리 썸네일

 

 

1. 노스탤지어가 흐르는 뉴욕과 토론토의 경계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21년 작품 '나이트메어 앨리(Nightmare Alley)'는 194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 스릴러지만, 실제 촬영은 대부분 캐나다 토론토와 뉴욕주 버팔로의 역사적 건물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10월, 가을의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저는 스턴튼 칼라일(브래들리 쿠퍼)의 어두운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 촬영지 탐방을 결심했습니다. 이 시기는 영화의 음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시간이었습니다.

 

1) 버팔로 시청 - 어둠의 신전

방문 정보: 평일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주말 휴무

주소: 65 Niagara Square, Buffalo, NY 14202

 

여정의 첫 시작은 뉴욕주 버팔로의 아르데코 양식 시청사였습니다. 영화에서 리리스 박사(케이트 블란쳇)의 고급스러운 사무실로 등장한 이 건물은 32층 높이로 1931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영화에서 스턴튼이 느꼈을 압도적인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무늬의 대리석 벽, 황금빛 장식들이 1940년대 고급스러운 정신분석학자의 사무실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현역 시청사이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합니다. 여권이나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세요. 공식 투어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며, 예약은 최소 2주 전에 웹사이트를 통해 해야 합니다."

높은 천장 아래 서서 위를 올려다보니, 영화에서 리리스 박사가 스턴튼에게 심리 테스트를 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마치 의도적으로 배치된 영화 조명처럼 대리석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햇빛과 그림자의 경계에 서 있으니, 영화의 주요 주제인 빛과 어둠, 진실과 속임수 사이의 모호한 경계가 실제로 느껴졌습니다.

 

2) R.C. 해리스 정수처리장 - 리릴슨 연구소의 비밀

방문 정보: 사전 허가된 투어만 가능, 연 2회 일반 공개일

주소: 2701 Queen St E, Toronto, ON M4E 1H4, 캐나다

 

토론토로 넘어와 방문한 R.C. 해리스 정수처리장은 영화에서 리릴슨 정신병원의 외부 장면을 촬영한 곳입니다. 아르데코 양식의 이 웅장한 건물은 1937년에 지어졌으며, 토론토의 '궁전 같은 정수장'으로 불립니다. 여기서 느껴지는 위협적인 분위기는 영화의 가장 어두운 장면들을 담아내기에 완벽했습니다.

"이 시설은 여전히 작동 중인 정수처리장이므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됩니다. 단, 매년 '도어즈 오픈 토론토(Doors Open Toronto)' 행사 기간(5월 말경)과 '온타리오 문화의 날(Culture Days)'(9월 말)에는 일반인에게 개방됩니다.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이 기간에 맞추어 여행 일정을 조정하시기 바랍니다."

처리장 건물 앞에 서니, 영화에서 스턴튼이 처음 리릴슨 정신병원에 도착했을 때의 불안감이 저도 모르게 밀려왔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호숫가에서 불어오며 건물의 위압적인 크기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특히 해질녘에 방문했을 때, 오렌지빛 석양이 붉은 벽돌 건물을 비추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했습니다. 카메라 앵글을 잘 맞추면 영화 포스터와 똑같은 장면을 담을 수 있습니다.

 

3) 엘진 극장 - 몰락의 카니발

방문 정보: 현재 보존 공사 중, 외부만 관람 가능

주소: 190 Yonge St, Toronto, ON M5B 1T4, 캐나다

 

토론토 시내의 엘진 극장은 영화 초반 스턴튼이 일했던 카니발 장면의 일부를 촬영한 장소입니다. 1913년에 지어진 이 역사적인 극장은 현재 복원 작업 중이지만, 그 화려했던 과거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극장 외관의 풍화된 장식들은 영화의 쇠락한 카니발 분위기와 놀랍도록 잘 어울렸습니다.

"엘진 극장은 현재 보존 공사 중이므로 내부 관람이 불가능합니다. 외부에서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공사장 주변이므로 안전에 유의하세요. 인근의 요크빌(Yorkville) 지역에서 영화의 다른 장면들도 촬영되었으니 함께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극장 앞에 서서 올려다보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파사드가 마치 그 자체로 영화의 주제인 '과거와 현재의 충돌'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특히 해질녘, 네온사인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방문하면 가장 영화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거리의 소음과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마치 영화 속 카니발의 배경음처럼 들렸습니다.

 

4)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 지식의 미로

방문 정보: 캠퍼스 투어 매일 가능, 사전 예약 권장

주소: 10900 Euclid Ave, Cleveland, OH 44106,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의 켈빈 스미스 도서관은 영화에서 스턴튼이 심리학 서적을 연구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고딕 양식의 도서관은 지식의 미로와 같은 느낌을 주며,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을 상징합니다.

"대학 캠퍼스는 일반인도 방문 가능하지만, 도서관 특정 구역은 학생과 교직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방문 전 대학 웹사이트에서 투어 가능 시간을 확인하시고, 촬영 장소 방문을 원한다면 사전에 방문 목적을 밝히고 허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도서관의 높은 천장과 수많은 책들이 빽빽하게 꽂힌 서가 사이를 걸으며, 스턴튼이 심리학적 트릭을 연구하던 장면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오후의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비치면서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빛의 패턴은 마치 영화의 색채 구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나무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 오래된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감촉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2. 여행 실전 정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

 

최적의 여행 시기

'나이트메어 앨리'의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9월 말~11월 초가 가장 좋습니다. 이 시기에는 토론토와 버팔로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안개가 자주 끼고, 초겨울의 분위기가 영화의 차가운 색감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저는 10월 중순에 방문했는데, 노란 단풍과 회색 하늘의 대비가 영화의 시각적 미학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혹독한 추위와 폭설로 방문이 어려울 수 있으며, 여름(6-8월)은 관광객이 매우 많고 영화의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항공 및 교통 정보

인천공항(ICN)에서 캐나다 토론토(YYZ) 이동 방법 및 소요 시간 & 비용

구분항공사경유 여부소요 시간대략적인 비용(편도)
구분 항공 경유 여 소요 시 대략적인 비용(편도)
직항 대한항공, 에어캐나다 ❌ 직항 약 13시간 30분 약 150만~250만 원
경유 (미국 경유)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시애틀, 댈러스, 디트로이트 등 경유 약 17~22시간 약 100만~180만 원
경유 (유럽 경유) 에어프랑스, KLM, 루프트한자 파리,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등 경유 약 20~25시간 약 130만~200만 원
경유 (아시아 경유) 일본항공, 캐세이퍼시픽 도쿄, 홍콩 등 경유 약 17~23시간 약 120만~180만 원

 

항공편: 인천-토론토 직항은 에어캐나다가 주 5회 운항하며, 약 13시간 소요됩니다. 인천-뉴욕 경유 버팔로 루트도 고려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총 소요시간은 약 17-20시간입니다.

 

도시 간 이동:

  • 토론토-버팔로: Megabus 또는 Greyhound 버스로 약 2시간 소요, 편도 약 CAD$30-45(한화 약 30,000-45,000원)
  • 토론토-클리블랜드: 직항 버스는 없으며, 버팔로에서 환승 필요, 총 6-7시간 소요

"국경을 넘는 여정이므로 반드시 미국과 캐나다 입국을 위한 비자 또는 ESTA, eTA를 사전에 확인하세요. 국경 통과 시 심문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 목적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현지 교통:

  • 토론토: TTC(Toronto Transit Commission) 지하철과 버스 이용, 1일권은 CAD$13.50(한화 약 13,500원)
  • 버팔로: Metro Bus와 Metro Rail 이용, 1일권은 USD$5(한화 약 6,000원)
  • 공유 자전거와 우버도 두 도시 모두에서 이용 가능합니다.

 

 

토론토에서 버팔로 이동 방법 비교

이동 수단 소요 시간 대략적인 비용 (편도) 운행 횟수 특징
버스 (그레이하운드, 메가버스) 약 2~3시간 약 30~50 CAD (한화 약 3~5만 원) 하루 5~8회 저렴한 비용, 편리한 노선
기차 (Amtrak Maple Leaf) 약 4시간 30분 약 50~80 CAD (한화 약 5~8만 원) 하루 1회 경치 감상 가능, 국경 심사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음
렌터카 (자가 운전) 약 2시간 약 50~100 CAD (한화 약 5~10만 원) + 톨비 & 보험료 자유롭게 이동 가능 국경 통과 시 차량 서류 필요
항공편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 → 버팔로 국제공항) 약 1시간 (비행) + 공항 이동 시간 약 200~400 CAD (한화 약 20~40만 원) 하루 1~2회 가장 빠르지만 비용이 비쌈

 

숙박 추천

 

토론토:

  • 영화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곳: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Fairmont Royal York), 1박 CAD$350(한화 약 350,000원) 이상
  • 중간 가격대: 더 글래드스톤 호텔(The Gladstone Hotel), 1박 CAD$200-250(한화 약 200,000-250,000원)
  • 경제적 옵션: 플래닛 트래블러 호스텔(Planet Traveler Hostel), 1박 CAD$50-80(한화 약 50,000-80,000원)

버팔로:

  • 역사적 분위기: 호텔 헨리(Hotel Henry), 1박 USD$180-220(한화 약 230,000-280,000원)
  • 중간 가격대: 컴포트 인 앨런타운(Comfort Inn Allentown), 1박 USD$120-150(한화 약 150,000-190,000원)

 

3. 나이트메어 앨리와 함께하는 미각 여행

기예르모 델 토로의 세계에서 맛보는 캐나다와 미국의 숨은 맛집과 감성 카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Nightmare Alley, 2021)’ 촬영지를 따라가던 어느 가을날, 나는 단순한 영화 촬영지 탐방을 넘어, 이곳의 맛과 향을 경험하고 싶어졌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속임수와 진실 사이에서 헤매듯, 나도 여행길에서 예상치 못한 맛과 공간을 만나며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갔습니다.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뉴욕주 버팔로, 클래식한 유럽풍 감성이 흐르는 토론토.
이 두 도시에서, 영화 속 무드와 어울리는 맛집과 카페,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디저트 숍을 찾았습니다.

 

1) 버팔로의 숨은 보석 – 아르데코 감성 레스토랑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아, 믿고 싶은 걸 믿을 뿐이야." – 스턴튼 칼라일

The Terrace at Delaware Park

  • 위치: 199 Lincoln Pkwy, Buffalo, NY 14222, USA
  • 가는 방법: 버팔로 시청(Buffalo City Hall)에서 차로 약 10분 소요
  • 분위기: 1920~30년대 클래식한 인테리어, 우아한 샹들리에와 벨벳 소파

버팔로 시청에서 리리스 박사가 스턴튼을 처음 만나는 장면을 떠올리며 찾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192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벨벳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치 리리스 박사가 스턴튼을 유혹하던 심리전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추천 메뉴

  • Beef Wellington – 촉촉한 소고기 필레가 바삭한 페이스트리 속에 감싸여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립니다.
  • French Onion Soup – 깊은 풍미의 카라멜라이즈드 양파가 듬뿍 들어간 클래식 프렌치 스타일 스프.
  • Classic Manhattan Cocktail – 리리스 박사가 마셨을 법한, 짙고 강렬한 위스키 베이스의 칵테일.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나는 문득 영화 속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믿고 싶은 걸 믿어."
스턴튼이 자신의 거짓말이 먹혀들어가는 걸 보며 쾌감을 느꼈던 순간처럼, 나도 이곳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마치 1940년대 부유한 심리학자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2) 토론토의 비밀스러운 북카페 – 어둠과 지성의 경계

“누군가를 완전히 읽어내는 순간, 그 사람을 조종할 수 있어.” – 리리스 박사

 

FIKA Cafe

  • 위치: 28 Kensington Ave, Toronto, ON M5T 2J9, Canada
  • 가는 방법: 토론토 시청(Toronto City Hall)에서 지하철로 15분, 켄싱턴 마켓(Kensington Market) 근처
  • 분위기: 북유럽풍 감성, 조용한 서점 같은 분위기, 은은한 커피 향

영화 속 스턴튼이 심리학 책을 탐독하던 장면처럼, 나도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펼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토론토의 FIKA Cafe.
이곳은 북유럽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흰색 나무 벽과 따뜻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추천 메뉴

  • Lavender Latte – 은은한 라벤더 향이 퍼지는 부드러운 라떼.
  • Cardamom Bun – 달지 않은 스칸디나비아식 시나몬 롤, 향신료의 깊은 풍미가 일품.
  • Dark Chocolate Mocha – 영화 속 느와르 분위기와 어울리는, 묵직한 다크 초콜릿과 에스프레소의 조화.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스턴튼이 읽었을 법한 심리학 서적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이 공간이 얼마나 영화와 닮아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책과 커피, 그리고 부드러운 조명. 이곳에서는 거짓이 아니라, 진짜 깊은 생각들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3) 뉴욕주의 숨겨진 디저트숍 – ‘환상의 끝’에서 맛보는 달콤함

“너무 오래 속이면, 스스로도 거짓말을 믿게 돼.”

 

Remedy House

  • 위치: 429 Rhode Island St, Buffalo, NY 14213, USA
  • 가는 방법: 버팔로 중심가에서 차로 7분, 걸어서 20분
  • 분위기: 빈티지한 우드 톤 인테리어, 조용한 힙스터 감성

영화 속 스턴튼이 몰락하기 직전, 그는 마지막까지 거짓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점점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갔습니다.

나는 그런 위태로운 경계를 떠올리며, 버팔로의 감각적인 디저트 카페 Remedy House를 찾았습니다.
낡은 목재로 만든 테이블과 벽돌 인테리어가 마치 오래된 심리학 연구실 같았고, 창문 너머로는 어둑한 가로등이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해주고 있었습니다.

 

추천 디저트

  • Salted Caramel Tart – 짙은 캐러멜과 바삭한 타르트의 조화.
  • Maple Pecan Scone – 캐나다 감성이 담긴 단풍 시럽과 견과류의 고소한 맛.
  • Affogato –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와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어우러지는, 느와르 영화 같은 매력적인 디저트.

이곳에서 스콘을 한 입 베어 물며 나는 생각했습니다.
스턴튼이 마지막으로 마주한 현실이 이처럼 씁쓸하면서도 달콤하지 않았을까요?

 

 

캐나다 토론토

 

4. 나이트메어 앨리 (Nightmare Alley), 그림자와 빛 사이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버팔로로 떠난 어둠의 미학 여행기

 

가을의 공기가 차갑게 스며들던 어느 날, 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촬영지를 따라가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영화는 194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 스릴러지만, 실제 촬영지는 캐나다 토론토와 뉴욕주 버팔로였습니다.
델 토로 감독 특유의 무거운 미장센과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 그리고 인간의 탐욕과 속임수를 담은 영화 속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나는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버팔로 시청 – 거짓과 진실이 교차하는 공간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법이야.”

영화에서 스턴튼 칼라일(브래들리 쿠퍼)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웁니다. 그가 진실을 가장해 사람들을 속이는 동안, 관객은 점점 더 그의 거짓말에 빠져듭니다. 나는 그가 리리스 박사(케이트 블란쳇)와 심리전을 벌이던 공간, 뉴욕주 버팔로 시청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아르데코 양식 건물이 날 압도했습니다. 건물 외벽은 석양빛을 받아 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로비에 들어서자 대리석 바닥에 반사된 빛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리리스 박사가 스턴튼을 심문하듯 쳐다보던 창문 앞에 섰습니다. 창 너머로 내려다본 도시는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고, 불빛들이 점점 더 강렬하게 빛났습니다.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신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짓을 믿고 있을 뿐이에요.”

영화 속 리리스 박사의 대사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이곳을 단순한 촬영지 중 하나로 여겼지만, 직접 와보니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가 더욱 선명하게 와닿았습니다.

 

R.C. 해리스 정수처리장 –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공간

물이 흐르듯, 사람의 마음도 흘러간다.

토론토의 R.C. 해리스 정수처리장은 영화에서 리릴슨 정신병원의 외관으로 사용되었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웅장하면서도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높은 아치형 창문과 대리석 계단이 영롱한 빛을 반사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나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스턴튼이 병원 문 앞에 서 있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그는 불안에 떨고 있었고, 그의 앞에는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실제 이곳에 서니, 나 역시 마치 낯선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수처리장의 커다란 기계들이 낮게 울리는 소리를 냈고, 물이 흐르는 소리가 잔잔하게 공간을 채웠습니다.

델 토로 감독은 이 장소를 단순한 병원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화(淨化)’라는 의미를 담아 인물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 스며들 듯이, 스턴튼의 죄책감과 욕망도 이곳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엘진 극장 – 사라진 환상의 무대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실

토론토 시내의 엘진 극장은 영화 초반 스턴튼이 떠돌이 서커스를 하던 카니발 장면이 촬영된 곳이었습니다. 나는 밤이 되기를 기다려 극장 앞에 섰다. 화려한 조명이 켜진 극장 간판이 어두운 거리 위에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벽면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부서진 장식들, 벗겨진 페인트, 그리고 조명이 꺼진 무대. 영화에서처럼,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쇠락의 흔적이 현실에서도 느껴졌습니다.

나는 문득 스턴튼이 서커스 무대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속이며 환호를 받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이 무대에서 시작된 거짓말이 그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세상은 네가 원하는 것을 줄 거야, 하지만 대가가 따르지.”

극장의 불빛 아래에서 나는 이 대사가 유난히 깊이 와닿았습니다. 환상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종종 눈앞의 화려함에 속아 본질을 놓치곤 합니다.

 

여행이 남긴 것 – 나이트메어 앨리,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버팔로의 빛나는 빌딩, 토론토의 회색빛 거리,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호숫가.

델 토로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속임수, 그리고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본성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여행 내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일 뿐.

우리가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나이트메어 앨리의 어둠과 빛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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