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의 장면이 내 두 발 아래 펼쳐지는 순간
화면 속 그 우아하고 위태로운 궁정의 권력 게임이, 어느덧 내 눈앞의 햇살 아래 생생히 펼쳐졌습니다. ‘더 페이버릿’의 촬영지인 영국의 햄프턴 코트와 해틀필드 하우스를 직접 걷는다는 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스크린을 찢고 나온 역사 속을 내가 직접 걷는 체험이었으며, 우아하고도 생생한 타임슬립이었습니다. 왕실의 무게감과 여인들의 음모, 거대한 계단과 대리석 복도, 거기서 느꼈던 공기의 냄새와 햇살의 온도까지도 모두 기억납니다. 이 글은 ‘더 페이버릿’을 사랑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그 공간들을 마치 동행하듯 안내하는 감성 여행기입니다.
2. 인천공항에서 영국 주요지점 교통정보 정리표
| 구간 | 이동 수 | 예상 소요시간 | 예상 비용 | 비고 |
| 인천공항 → 런던 히드로공항(Heathrow) | 대한항공, 아시아나, 영국항공 직항 (KE, OZ, BA) | 약 12시간 | 왕복 약 110~180만원 (성수기 변동) | 직항 권장, 하루 3~4편 |
| 히드로공항 → 런던 시내 (Oxford Circus 기준) | Heathrow Express (Paddington역까지) + 지하철 | 약 40~50분 | 약 £25, 30 (약 4.3, 5.2만원) |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빠르나 비쌈 |
| 히드로공항 → 햄프턴 코트 궁전 | 지하철(Piccadilly Line) + 기차(South Western Railway) | 약 1시간 30분 | 약 £12, 15 (약 2, 2.6만원) | Waterloo역 환승 후 기차로 이동 |
| 히드로공항 → 해틀필드 하우스 | 지하철 + Thameslink or Great Northern 열차 | 약 1시간 40분 | 약 £14, 18 (약 2.4, 3.1만원) | Kings Cross 역 환승 후 Hatfield행 |
| 런던 시내 → 햄프턴 코트 | 기차 (London Waterloo → Hampton Court 역) | 약 40분 | 약 £8,12 (약 1.4, 2.1만원) | 정기 운행, 왕복권 구매 가능 |
| 런던 시내 → 해틀필드 하우스 | 기차 (London Kings Cross → Hatfield 역) | 약 25분 | 약 £8,13 (약 1.4, 2.3만원) | 평일 낮 운행 간격 짧음 |
참고 사항 및 여행 팁
- 항공권 요금은 시기와 예약 시점에 따라 크게 변동됩니다.
👉 직항 기준 왕복 110만~180만원 사이 / 경유 시 90만원대도 가능 - 런던 교통비는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 또는 컨택리스 카드로 결제 가능하며, 탑승 시 할인 적용됩니다.
- 영국 기차 요금은 사전 예매 시 더 저렴하므로 온라인으로 티켓 구매 권장 (Trainline, National Rail 등 이용)
- 해틀필드/햄프턴 코트 모두 외곽지대에 위치하므로 런던 시내에서 당일치기 이동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 공항에서 바로 이동 시 캐리어 보관 장소 체크 필요 (대부분의 기차역에는 유료 보관소 있음)
🚨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25년 4월 기준 평균 요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 항공/기차/지하철 요금은 실시간으로 변동되니, 반드시 출국 전 공식 사이트 또는 앱을 통해 재확인하세요.
- 영국은 비오는 날이 많고 이동 시간에 여유를 두는 것이 중요하므로, 넉넉한 일정 계획이 필요합니다.
3. 햄프턴 코트 – 권력과 연민이 교차하는 궁정의 입구
제가 햄프턴 코트에 도착한 건 9월 중순, 런던의 가을 햇살이 황금빛으로 부서지던 아침이었습니다. 테임즈강이 길게 구불지며 비치는 햇빛은 마치 영화 속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살며시 걸어가던 정원의 정적과 정확히 겹쳐졌습니다. 런던 워털루 역에서 기차로 약 40분, 햄프턴 코트 역에 내리면 도보 5분 거리에 궁이 펼쳐집니다. 첫 걸음을 내딛었을 때 마주한 튜더 양식의 성벽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영화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의 침실과 복도가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실제 침실은 섬세한 텍스타일 벽지와 굵직한 목재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정적과 긴장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나는 나무의 삐걱거림조차도,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과 겹쳐지며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합니다.
가을에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관광객이 적고, 햇살은 따뜻하면서도 선선한 공기가 긴 시간을 걷게 합니다. 들고 가면 좋은 물품은 이어폰과 로맨틱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영화 속 장면을 되새기며 혼자 걷기엔 완벽한 배경이 되어줍니다.
여행팁으로는 사전예약을 통해 시간당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어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또한, 현장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꼭 받아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제가 만난 한 가이드 분은 영화 촬영 당시의 일화를 직접 들려주시며, 조명 장치와 세트 복원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4. 해틀필드 하우스 – 연약한 야망이 탄생하는 계단 위에서
해틀필드 하우스를 찾은 건 10월 초, 잔잔한 이슬비가 잔디를 촉촉히 적시던 오후였습니다.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기차로 약 25분, Hatfield 역에 내려 도보로 15분이면 도착합니다. 이곳은 영화에서 수많은 복도와 연회 장면, 그리고 그 유명한 ‘오리 경주’ 장면이 촬영된 곳입니다.
실제로 걷다 보면 좁고 길게 이어진 복도마다 숨겨진 이야기와 마주하게 됩니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애비게일이 올라섰던 계단을 따라 오를 때, 저는 마치 그녀처럼 숨죽이며 위로 오르는 야망을 느꼈습니다. 그곳에 서 있던 나도 누군가에게 선택받길 바라는 존재처럼,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오감은 특히 창문을 통해 스며들던 오후 햇살에서 극대화되었습니다. 유리창에 맺힌 빗물이 그림처럼 흐르며, 영화의 희비가 섞인 정서를 그대로 재현합니다. 주변에는 작은 장미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초가을의 향긋한 꽃내음이 그윽하게 코끝을 간질입니다.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그 여인들이 지나갔던 시간의 틈에 내가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행 준비 시 주의할 점은 개장 시간입니다. 특히 비수기에는 요일별 운영 시간이 다르니 반드시 공식 사이트에서 운영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미리 우산을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국의 날씨는 매우 변덕스러워, 한 시간 단위로 구름이 걷히고 비가 오기를 반복합니다.
5.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 여행의 오감과 장면이 겹치는 순간들
여행의 마지막 날, 다시 런던 중심으로 돌아와 ‘그녀들’이 걷던 거리를 상상하며 내셔널 갤러리와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걸었습니다. 앤 여왕의 그 고독한 시선과, 서로를 이용하려던 두 여인의 복잡한 감정선이 이 거리 위에서 하나로 얽히는 듯했습니다. 특히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본 백조는, 영화 속 우아하고 조용한 권력의 상징처럼 다가왔습니다.
햄프턴 코트의 붉은 벽돌, 해틀필드 하우스의 나무 결, 비 내린 뒤의 차가운 공기, 그리고 구불진 정원길 위의 고요함. 이 모든 것이 ‘더 페이버릿’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내 여정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던졌던 질문들—권력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어떤 모양으로도 변형될 수 있는가—를 실제 공간을 걸으며 곱씹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 여행이 주는 가장 깊은 가치였습니다.
6. 더 페이버릿을 곱씹는 시간, 햄프턴 코트와 해틀필드에서의 감성 맛집과 카페 여행기
“I have a thing for the weak” – 사라
힘없는 것들에 나는 애착이 있소
그리고 바로 그 ‘약함’에서 시작되는 여정이 있었습니다.
햄프턴 코트 – 왕실의 잔향 속에서 만나는 디저트 한 입의 여운
1) Café at Hampton Court Palace
주소: Hampton Ct Way, Molesey, East Molesey KT8 9AU, UK
가는 방법: 햄프턴 코트 역(Hampton Court Station)에서 도보 5분, 궁 바로 안에 위치한 카페
운영 시간: 10:00 ~ 17:00 (계절에 따라 변동, 공식 홈페이지 확인 필수)
햄프턴 코트를 둘러본 뒤, 작은 정원을 지나면 붉은 벽돌 사이로 세련된 구조의 카페가 나옵니다. 이곳은 일반적인 관광지 카페가 아닙니다. 그 공간은 마치 앤 여왕이 달콤한 순간 하나쯤은 누리길 바랐던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시켜 앉았던 자리에선 정원이 한눈에 보였고, 포슬포슬한 스콘과 얼그레이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끝에 맺혔습니다. 문득 영화 속 앤 여왕이 침대에 앉아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Some wounds do not close. I have many such.”
상처는 아물지 않아. 나는 그런 걸 많이 안고 있지.
그녀의 외로운 오후는 이 스콘 한 조각으로라도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잼을 발랐습니다. 포크를 들며, 앤이 내 앞에 있다면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정원의 바람, 차의 온기, 잼의 달콤함, 그것은 장면을 미각으로 마주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여행 팁: 날씨가 좋다면 카페 안쪽보다 정원 쪽 테라스에 앉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계절 따라 다른 꽃이 피어 정원 자체가 한 편의 배경이 됩니다. 티 예약은 현장에서 가능합니다.
해틀필드 하우스 – 계단의 끝에서 마주한 야망, 그리고 따뜻한 브런치
2) The Eight Bells Hatfield (펍 & 브런치)
주소: 75 Park St, Hatfield AL9 5AX, UK
가는 방법: Hatfield 역에서 도보 약 12분, 해틀필드 하우스 정문에서 도보 10분
운영 시간: 11:30 ~ 22:00 (브런치는 오후 3시까지)
해틀필드 하우스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비가 잦아들 즈음 만난 이 펍은 따뜻한 벽난로와 앤틱 가구들이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런던 특유의 구름낀 하늘이 유리창 밖을 흐르고, 안에서는 로즈마리향이 은은하게 퍼졌습니다.
“나는 나의 편이오. 늘 그랬소.” – 애비게일
그리고 그 말이 문득 내 머리 속을 스쳤습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영국식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노릇하게 구워진 소시지, 부드러운 달걀, 그리고 뜨거운 토마토 콩. 음식 하나하나가 몸을 따뜻하게 감싸며, 마치 애비게일이 감추었던 욕망과 야망처럼 묵직한 맛이었습니다.
계단을 올라 걷던 그녀처럼, 나도 그 날 이 골목길을 오르며 ‘선택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감정과 마주했습니다. 여정을 걷는 이들에게 음식은 단순한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감정을 받아내는 그릇이 됩니다.
여행 팁: 실내 자리가 금세 만석이 되니, 오픈 시간에 맞춰 입장하거나 온라인 예약을 권장합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펍이므로 현지 분위기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런던 중심에서의 감정정리,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남는 맛
3) Ralph’s Coffee at Ralph Lauren, Regent Street
주소: 173 Regent St, London W1B 4JQ, UK
지하철: Oxford Circus 역에서 도보 5분
운영 시간: 10:00 ~ 19:00
런던의 마지막 저녁, 햄프턴 코트와 해틀필드 하우스를 지나온 감정의 잔여를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은 고급스러운 부티크 속에 숨은 카페, 랄프스 커피. 이곳은 단지 예쁜 공간이 아닙니다. 영화 속 의상처럼 클래식하고, 커피 한 잔의 농도마저 섬세했습니다.
라떼를 주문하고 벽난로 옆 자리에 앉아있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스쳐갔습니다. 앤 여왕이 침대에 누워 애비게일의 손을 꼭 쥐고, 그 위로 서로가 겹쳐지며 흐르던 화면.
“사랑엔 한계가 있어. 그래선 안 되는 건데.” – 사라
그 장면을 생각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씁쓸하지만 진한 여운, 바로 이 커피처럼. 눈앞의 거리는 분주했지만, 내 안의 시간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리게 흘렀습니다. 이 여행이 끝나더라도, 감정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입니다.
여행 팁: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오후 2~4시는 붐빕니다. 오전 시간 또는 평일 늦은 오후가 여유롭습니다. 인스타 감성을 원한다면 창가 자리를 추천드립니다.
7. 더 페이버릿(The Favourite)을 걷다 (햄프턴 코트, 해틀필드 하우스, 런던 여행기)
여행이란, 영화의 여운을 현실로 연장하는 방법입니다
맛과 공간, 공기의 향기와 촉감까지. 햄프턴 코트에서의 스콘, 해틀필드의 브런치, 런던에서의 커피 한 잔은 모두 ‘더 페이버릿’의 세계를 나의 현실로 끌고 들어오는 창구였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이야기와 내가 조용히 겹쳐지는 작업입니다. 그저 영화 속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걷고 마시고 머무는 동안 ‘내가 그 안에 있었던’ 경험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더 페이버릿의 여인들이 남긴 권력, 야망, 연민의 감정은 이 거리와 카페와 식탁 위에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여행을 떠나는 당신 또한, 어쩌면 영화 속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처럼 걷고, 마음은 중력처럼 끌렸다
“Some wounds do not close. I have many such.” – 앤 여왕
햄프턴 코트의 붉은 벽돌을 따라 걷던 그 순간, 마치 영화 속 앤 여왕이 내 어깨 위에 앉아 마음을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역사와 권력, 외로움과 애정을 한껏 머금은 그 복도의 공기는 마치 오래된 향수처럼 묵직하게 코끝을 스쳤습니다. 걸음을 멈춘 채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 머릿속을 스친 건 영화 속 그 장면—여왕의 차가운 눈빛과 흐트러진 발소리, 그녀를 둘러싼 두 여인의 긴장감이었습니다. 여행은 그저 움직임이 아닌, 장면을 껴안는 감정의 흔적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던 순간입니다. 햇살은 부드럽고, 정원에서 바람은 어딘가 슬픈 음악처럼 들려왔습니다. 혼자 걷는 동안, 저는 오히려 영화보다 더 깊은 감정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그것이 여행이 가진 서사의 힘이며, 우리가 영화에서 미처 다 보지 못했던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되는 방식입니다.
해틀필드의 복도, 그리고 내가 잠시 애비게일이던 시간
“I am on my side. Always.” – 애비게일
해틀필드 하우스에 도착했을 땐 비가 그치고 난 뒤의 고요함이 있었습니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애비게일이 욕망을 감추고 계단을 오르던 그 복도는 실제로도 굉장히 좁고 긴 통로였습니다. 좁은 창으로 스며드는 빛과 대리석에 스친 내 발자국 소리,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나는 문득 ‘선택받고 싶었던’ 애비게일의 내면과 마주했습니다. 그녀가 욕망을 감추며 입었던 드레스, 눈빛, 그리고 계단을 오르며 손끝을 담았던 난간 하나하나가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위를 따라 손을 얹는 순간 이상하게도 심장이 조용히 뛰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비 오는 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창밖을 흐르는 빗방울이 마치 감정을 거꾸로 흘리는 듯했고, 정원에 앉아 한참을 머물던 내 손엔, 카메라보다 오래 남는 장면들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 저는 여행자가 아닌, 한 명의 인물로서 공간과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더 페이버릿, 영화 속 시간을 산책한 나의 이야기
“Love has limits. It should not.” – 사라
런던의 마지막 오후,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벤치에 앉아 백조를 바라보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세 여인의 눈빛이 겹치는 그 상징적인 순간을 생각하며,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권력과 사랑의 파편을 마음속에 되새겼습니다. 실제로 여행하면서 가장 깊이 느낀 것은, 화면으로 볼 땐 이해되지 않던 감정들이 그 장소에 서면 저절로 감각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햄프턴 코트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단순히 무대가 아닌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해틀필드 하우스의 복도를 지나며 우리는 누군가의 감정에 침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결국, 장면이 되어버린 기억을 걷는 일입니다. 영화의 무게감, 배우의 숨결, 건축물의 역사, 그리고 우리가 그곳에서 느낀 바람과 소리까지도, 시간이 지나도 결코 바래지 않는 감정으로 남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 그 길을 걸으며, 그 대사 한 줄이 당신 삶의 어느 장면과 겹치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