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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Lost in Translation), 도쿄의 밤을 헤매다

by insightaction3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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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인트랜슬레이션 도쿄 썸네일

 

1. 여행은 길을 잃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도쿄에 도착한 것은 10월의 늦은 밤이었습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던 도시의 불빛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기묘한 이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같았습니다.

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신주쿠로 향하는 길,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Lost in Translation, 2003). 영화 속 빌 머레이가 도쿄의 호텔 방에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마주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외국인들을 태운 택시들이 도심을 가로질렀고, 거리에는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간판에 적힌 문자들은 마치 해독할 수 없는 암호처럼 다가왔습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첫 감정이란 언제나 비슷하다. 흥분과 불안, 설렘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그 낯선 감정들은 한참 동안 몸을 감싸곤 합니다.

도쿄에서는 그것이 더욱 강렬했습니다.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나만이 이 도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여행이란 길을 잃는 순간부터 진짜가 시작되는 법입니다.

 

서울에서 도쿄 이동 방법 총정리 (2024년)

서울에서 도쿄로 가는 방법은 항공편(비행기) 이 가장 일반적이며, 비용과 소요 시간은 항공사, 공항, 환승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는 인천공항 및 김포공항에서 도쿄(하네다·나리타)로 가는 방법, 소요 시간 및 비용을 정리한 표입니다.

서울에서 도쿄 항공편 정보 (직항 기준)

구간 이동 방법 소요 시간 예상 편도 비 비고
서울(김포) > 도쿄(하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JAL, ANA 2시간 30~50만 원 도쿄 도심 접근이 가장 빠름
서울(인천) > 도쿄(하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JAL, ANA 2시간 15분 30~50만 원 야마노테선 이용 시 시내 이동 용이
서울(인천) > 도쿄(나리타) 대한항공, 아시아나, LCC(피치, 제주항공 등) 2시간 30분 10~40만 원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권 다수

 

1) 김포에서 하네다 (가장 빠른 이동 경로!)

  • 서울 김포공항(GMP) > 도쿄 하네다공항(HND) (비행시간: 약 2시간)
  • 하네다공항 > 도쿄 시내 이동:
    • 모노레일: 하마마츠초(浜松町)역까지 약 15분 (요금: 약 500엔)
    • 게이큐선: 시나가와(品川)역까지 약 13분 (요금: 약 400엔)

2) 인천에서 하네다 (편리한 도심 접근 & 다양한 항공편!)

 

  • 서울 인천공항(ICN) > 도쿄 나리타공항(NRT) (비행시간: 약 2시간 30분)
  • 나리타공항 → 도쿄 시내 이동:
    • 나리타 익스프레스(N'EX) > 도쿄역까지 약 55분 (요금: 약 3,000엔)
    • 스카이라이너 > 우에노역까지 약 41분 (요금: 약 2,500엔)
    • 리무진버스 > 시부야까지 약 90분 (요금: 약 3,200엔)

3) 인천에서 나리타 (저가항공 & 경제적인 선택!)

 

  • 서울 인천공항(ICN) > 도쿄 나리타공항(NRT) (비행시간: 약 2시간 30분)
  • 나리타공항 > 도쿄 시내 이동:
    • 나리타 익스프레스(N'EX) > 도쿄역까지 약 55분 (요금: 약 3,000엔)
    • 스카이라이너 > 우에노역까지 약 41분 (요금: 약 2,500엔)
    • 리무진버스 > 시부야까지 약 90분 (요금: 약 3,200엔)

 

도쿄 파크 하얏트 호텔 숙박 비용 (2024년 기준)

객실 유형 기본 요금(1박 기준, 세금 포함) 특징
Park King Room (기본 룸) 약 90,000~120,000엔 (약 80~110만 원) 45㎡, 킹사이즈 침대, 도쿄 전망
Park View Room 약 110,000~140,000엔 (약 100~130만 원) 50㎡, 넓은 창, 도쿄 타워 방향 전망
Park Deluxe Room 약 130,000~160,000엔 (약 120~150만 원) 55㎡, 신주쿠 야경 감상 가능
Park Suite (스위트룸) 약 180,000~250,000엔 (약 160~220만 원) 100㎡, 거실 포함, 고층 전망
Tokyo Suite (최고급 스위트룸) 약 500,000엔+ (약 450만 원 이상) 290㎡, 도쿄 최고급 럭셔리 룸

 

숙박 요금 팁:

  • 비수기(1~2월, 6월, 9월)에는 비교적 저렴함 (최저 80만 원대 가능)
  • 성수기(12월 연말, 3,8월 여름방학)에는 가격 상승
  • 하얏트 공식 홈페이지 및 호텔 예약 사이트(아고다, 익스피디아 등)에서 조기 예약 시 할인 가능

 

 

 

2. 파크 하얏트 도쿄 – 끝없는 불빛 위에서 마주한 고독

 

영화 속에서 밥(빌 머레이)은 도쿄 한복판의 초고층 호텔 방에 홀로 서 있었습니다. 창문을 통해 내려다본 도시는 거대했고, 그 안에서 그는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따라가듯, 나도 파크 하얏트 도쿄(Park Hyatt Tokyo)의 로비를 지나 뉴욕 바(New York Bar)로 들어섰습니다.

재즈 음악이 은은하게 흐르고,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간간히 울려 퍼졌습니다. 높은 창 너머로 펼쳐진 도쿄의 야경은 차가운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습니다. 끝없는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반짝이고, 그 아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 터였습니다.

"산토리 위스키 한 잔 주세요."

바텐더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내밀었습니다. 영화 속 밥이 광고 촬영장에서 마셨던 바로 그 위스키. 입안 가득 퍼지는 스모키한 향이 낯설면서도 익숙했습니다. 저는 한동안 주류회사를 다니면서 주류 신제품 런칭 브랜드를 맡아서 했었고, 사람들이 꽤 많이 아는 그런 술을 분석하고 그것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브랜딩을 진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도쿄에 오니 일본 술을 런칭해서 한국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일본의 정서를 많이 연구했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동안 주류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브랜드들을 런칭을 했었는데 대부분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에 납품되는 브랜드들을 런칭을 했습니다. 브랜드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은 정말 어마한 전략과 시간투입과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곳을 다녀야하고, 새로운 장소나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다니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쏟은 에너지들이 또 새로운것들을 만들어야 하는 브랜드의 과정에 습관처럼 새로운 장소들을 갈구하고 여행하면서 현장에서의 많은 아이디어들을 스케치하고 다듬고 생각들을 날렵하게 만들어갑니다. 

그 순간, 샬롯(스칼렛 요한슨)이 창가에 앉아 조용히 도쿄를 바라보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I just don’t know what I’m supposed to be."
"난 그냥…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행은 종종 우리를 낯선 혼란 속으로 던져 넣습니다. 익숙했던 것들이 사라진 곳의 자리에는 어색함과 불안함이 밀려오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호해지는 순간이 불쑥 찾아옵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우리는 비로소 본연의 나를 마주하게 되고 내가 지내왔던 시간들의 민낯과 모자람과 여러가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잔상들과 메시지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낯선 골목에서 길을 잃을 때, 익숙하지 않은 언어 속에서 헤맬 때, 예상치 못한 감정이 밀려올 때, 그 모든 순간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조용히 되묻게 만듭니다. 익숙함 속에서는 결코 깨닫지 못할 것들을, 여행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꺼내어 보이곤 합니다.

 

3. 신주쿠의 밤 – 길을 잃어도 괜찮은 곳

도쿄의 밤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아주 긴 시간여행 같습니다.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고, 누구를 만나든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이 펼쳐지고 다양한 생각들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나는 신주쿠의 골든가이(Golden Gai)로 향했습니다. 영화 속 밥이 밤거리를 걸으며 느꼈을 기묘한 고독을 따라가기 위해 움직였던 것처럼 골든가이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였습니다. 1950년대 스타일의 작은 바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가게마다 다른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바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날로그 턴테이블에서 낡은 재즈가 흘러나왔습니다.

바텐더가 나를 바라보며 일본어로 말을 걸었지만,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습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편이 아니여서 그랬습니다. 영화 속에서 빌 머레이가 일본 광고 촬영장에서 감독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어색하게 웃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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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relaxing times, make it Suntory time."
"느긋한 시간을 원한다면, 산토리 타임입니다."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았습니다. 여행이란, 때로는 번역되지 않는 순간 속에서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 과감하게 나를 낯선곳에 던져본다는 건 스스로의 생각을 자립하게 딱입니다. 움츠려있고 녹쓸었던 오감들을 모두 일으켜 세웁니다.

 

4. 도쿄 여행 실전 가이드 –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을 따라서

도쿄 가는 법 & 교통

  • 항공편: 인천/김포 > 하네다/나리타 (약 2시간 30분)
  • 이동:
    • 나리타공항 > 도쿄역 (나리타 익스프레스)
    • 하네다공항 > 신주쿠 (모노레일 + JR 야마노테선)

영화 촬영지 & 추천 스팟

장소 설명
파크 하얏트 도쿄 – 뉴욕 바 영화 속 밥과 샬롯이 도쿄의 밤을 바라보던 곳. 위스키 한 잔 추천.
신주쿠 골든가이 좁은 골목의 바들이 모여 있는 곳. 도쿄의 진짜 밤 문화 체험 가능.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 배경. 새벽의 시부야도 특별한 분위기.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Lost in Translation), 도쿄의 맛을 찾아서

1. 영화 속 감성과 맛이 교차하는 도시, 도쿄

도쿄라는 도시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이고, 때로는 길을 잃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곳입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Lost in Translation, 2003) 속에서 밥(빌 머레이)과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낯선 도쿄에서 고립감을 느끼면서도, 도시 속 작은 순간들을 통해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도쿄의 골목을 헤매다 보면, 이곳의 맛과 향이 영화의 장면처럼 깊이 스며듭니다.

신주쿠의 고요한 새벽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라멘 국물, 긴자에서 한 입 베어 문 크루아상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사라지는 순간, 파크 하얏트의 뉴욕 바에서 마신 위스키가 혀끝에 남긴 묵직한 여운. 도쿄는 단순한 미식의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서의 경험이 감정으로 쌓여가는 곳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속 도쿄의 감성을 따라가며, 영화 속 분위기와 어울리는 맛집과 카페, 디저트 가게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야기들과 순간들을 오롯이 기록해 보았습니다.

 

2. 뉴욕 바 – 도쿄 야경과 위스키, 그리고 고독의 맛

위치: 파크 하얏트 도쿄 52층 (신주쿠)
가는 방법: JR 신주쿠역에서 도보 15분

파크 하얏트 도쿄의 뉴욕 바(New York Bar) 는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입니다. 밥이 홀로 술을 마시며 도쿄의 불빛을 바라보던 곳, 그리고 샬롯과 조용한 대화를 나누던 곳. 저는 이곳에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도시의 불빛이 가득 담긴 창가에 앉았습니다.

실제 뉴욕 바는 영화 속 장면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짙은 나무 테이블, 은은한 조명,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진 도쿄의 야경. 바에서는 라이브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 추천 메뉴:

  • 산토리 히비키 위스키 (Suntory Hibiki Whisky) – 밥이 마셨던 일본산 블렌디드 위스키. 깊고 부드러운 풍미.
  • 매리너 칵테일 (Mariner Cocktail) – 달콤하면서도 스모키한 맛이 어우러진 칵테일.
  • 뉴욕 치즈케이크 – 묵직한 질감과 달지 않은 크림치즈의 풍미가 일품.

한 모금 위스키를 넘기며 영화 속 밥이 느꼈던 감정을 생각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외로움, 그리고 그 안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과의 조용한 교감.

"The more you know who you are, and what you want, the less you let things upset you."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수록, 사소한 것들에 덜 흔들리게 돼요."

샬롯이 밥에게 했던 이 말처럼, 도쿄에서의 시간은 제게도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3. 카페 드 로페라 – 긴자의 클래식한 감성을 담다

위치: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3층
가는 방법: 도쿄메트로 긴자역에서 도보 2분

긴자는 세련된 고급 상점과 클래식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곳입니다. 영화 속 샬롯이 한밤중에 홀로 거리를 거닐던 장면처럼, 저는 이곳에서 저만의 고요한 순간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완성시켜준 곳이 바로 카페 드 로페라 (Café de l’Opéra) 였습니다.

이곳은 프랑스 파리의 카페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 추천 메뉴:

  • 카페 올레 (Café au Lait) – 부드럽고 진한 커피에 거품 가득한 우유가 더해진 음료.
  • 프렌치 토스트 – 촉촉한 식감과 달콤한 메이플 시럽이 조화를 이룬 디저트.
  • 몽블랑 케이크 – 밤 크림과 바삭한 머랭이 어우러지는 클래식한 프랑스 디저트.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긴자의 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영화 속 샬롯처럼,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저는 조용히 사색에 잠겼습니다.

 

4. 이치란 라멘 – 새벽의 고독을 위로하는 한 그릇

위치: 시부야, 신주쿠, 롯폰기 등 여러 지점
가는 방법: JR 신주쿠역에서 도보 5분

도쿄의 밤이 깊어질수록, 저는 영화 속 밥처럼 조금씩 길을 잃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마주한 것이 바로 이치란 라멘(Ichiran Ramen) 이었습니다.

좁은 부스처럼 생긴 1인 좌석, 테이블 위에 놓인 붉은 사인펜, 그리고 직원이 창을 열고 내어주는 한 그릇의 돈코츠 라멘. 영화 속 장면과는 상관없지만, 이상하게도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의 감성이 스며든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 추천 메뉴:

  • 이치란 돈코츠 라멘 – 진한 육수와 부드러운 차슈,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진 대표 메뉴.
  • 온센타마고 (반숙 계란 추가) – 깊은 감칠맛을 더해주는 반숙 계란.
  • 김밥 (오니기리) – 담백한 삼각 김밥으로 라멘과 함께 먹으면 훌륭한 조합.

라멘 국물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도쿄의 차가운 밤공기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온몸에 스며들 듯 퍼지는 그 감각.

낯선 도시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도, 결국 우리는 한 그릇의 따뜻한 음식 앞에서 위로받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그리고 도쿄에서의 맛있는 기억

도쿄는 수많은 맛과 향이 얽혀 있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진짜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은, 그 장소에서 느낀 감정과 함께 기억되는 맛입니다.

영화 속 밥과 샬롯이 도쿄에서 길을 잃고, 서로를 발견했던 것처럼, 저도 이 도시에서 길을 잃으며 새로운 순간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 깊고 묵직한 위스키 한 모금, 그리고 진한 라멘 국물 속에 조용히 녹아 있었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맛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입니다. 도쿄에서의 이 모든 맛은, 제게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도쿄의 파크 하얏트에 있는 뉴욕 바는 도시 스카이라인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음

 

5.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Lost in Translation), 도쿄의 밤을 헤매다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도쿄에서 길을 잃으며 얻은 것

비행기 창문 너머로 도쿄의 불빛이 점점 가까워질 때, 저는 알 수 없는 설렘과 묘한 고독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거대한 도시, 수천만 개의 불빛,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점이 되어버릴 저 자신.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Lost in Translation, 2003) 속 밥(빌 머레이)과 샬롯(스칼렛 요한슨)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었습니다. 언어도, 감정도 번역되지 않는 도시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했고, 저는 그 감정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신주쿠의 빌딩 숲 사이로 들어선 순간, 영화 속 장면들이 현실처럼 다가왔습니다.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어두운 거리를 비추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군중들 속에서 저는 혼자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고독이 싫지 않았습니다.

 

파크 하얏트 도쿄, 끝없는 불빛 위에서 마주한 나 자신

도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파크 하얏트 도쿄(Park Hyatt Tokyo) 입니다. 영화 속 밥이 머물렀던 호텔이자, 도쿄의 밤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호텔 꼭대기의 뉴욕 바(New York Bar) 에 들어서자, 낮은 조명 아래에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창가에 앉아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와인 잔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도쿄의 불빛들. 저는 창가 자리에 앉아 영화 속 장면처럼 산토리 위스키를 주문했습니다.

첫 모금을 넘기는 순간, 부드러운 위스키의 향과 짙은 스모키한 맛이 혀끝에 퍼졌습니다. 눈앞의 야경은 아름다웠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I just don’t know what I’m supposed to be."
("난 그냥…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샬롯이 밥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때로는 여행도 삶도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신주쿠 골든가이, 낯선 바에서 마주한 익숙한 온기

뉴욕 바를 나와 신주쿠의 골든가이(Golden Gai)로 향했습니다. 좁은 골목 안에 작은 바들이 빼곡히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영화 속 밥이 술집을 전전하며 혼자 술을 마시던 장면처럼, 저도 한 바의 문을 조용히 밀어보았습니다.

작은 공간 안에는 몇 명의 손님이 있었고, 모두 조용히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바텐더는 일본어로 말을 걸었지만, 저는 단순한 미소로 답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한 손님이 저에게 위스키 한 잔을 권했습니다. 우리가 나눈 대화는 몇 마디 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낯선 도시에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For relaxing times, make it Suntory time."
("느긋한 시간을 원한다면, 산토리 타임입니다.")

영화 속 광고 촬영장에서 밥이 어색하게 따라 했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조금은 이해될 것 같았습니다.

시부야의 새벽, 떠나기 전의 마지막 장면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저는 시부야로 향했습니다.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밥과 샬롯이 이별을 고했던 거리였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거리는 한층 조용해졌고, 몇 시간 전만 해도 인파로 가득했던 스크램블 교차로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전광판의 불빛만이 남아 희미하게 빛났습니다.

"Let’s never come here again, because it will never be as much fun."
"다시 여기 오지 말아요. 이번처럼 재미있진 않을 테니까요."

그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 여행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더라도, 같은 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여행은 언제나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는 가만히 교차로 한가운데 서서 도쿄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영화 속 샬롯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늘 뭔가를 찾아 헤매지만, 사실 정답이란 없는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헤매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을 발견했느냐입니다.

저는 도쿄에서 길을 잃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을 이유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여행이란 결국 우리 자신을 번역하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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