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의 붉은 행성, 지구에서 만나다 – 와디럼 사막 여행
붉은 모래와 바람이 속삭이는 곳, 와디럼 사막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을 처음 봤을 때, 가장 강렬했던 것은 광활한 붉은 행성의 풍경이었습니다. 고립된 화성에서 살아남으려는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사투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그 배경이 된 풍경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나는 실제로 그 붉은 대지를 밟았습니다. 영화 속 화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요르단의 와디럼(Wadi Rum) 사막을 직접 여행하며, ‘마션의 세계를 현실에서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와디럼에서 맞이한 첫 아침, 붉게 타오르는 하늘
나는 10월 중순,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에 와디럼을 찾았습니다. 이 시기는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여름에는 40도를 넘는 뜨거운 태양이 사막을 달구고, 겨울에는 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새벽, 사막에서 맞이한 첫 아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었습니다.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며 붉고 주황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는 순간, 공기가 서서히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모래 위에 손을 얹어 보았습니다. 밤새 싸늘했던 모래가 서서히 햇빛을 머금으며 따뜻해지는 온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졌습니다.
화성에 착륙한 듯한 착각, ‘마션’ 촬영지 걷기
영화 속 마크 와트니가 탐사 차량을 몰고 붉은 언덕을 달리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와디럼을 걷다 보면 진짜 화성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붉은 모래와 기묘한 바위들이 만들어낸 장대한 풍경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가이드와 함께 사막 투어를 하던 중, 나는 촬영지였던 바위산 근처에 섰습니다. 그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영화 속 화성 하늘처럼 푸른 하늘과 붉은 땅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햇빛은 강했지만, 공기는 건조해 땀이 나지 않고 시원하게 증발해버렸습니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 준비해야 할 필수 아이템
와디럼은 영화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혹독한 환경을 지닌 곳입니다. 사막 여행을 위해 필수적인 아이템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 긴팔 옷과 얇은 재킷: 낮에는 햇빛이 강렬하지만, 저녁과 새벽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 고글 또는 선글라스: 모래바람이 불 때 눈을 보호해야 합니다.
- 두건 또는 스카프: 얼굴을 덮어 모래바람을 막고, 머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 충분한 물과 전해질 보충제: 사막에서는 몸이 빠르게 건조해지므로 수분 보충이 필수입니다.
- 보조 배터리: 사막 캠프에서는 전기가 제한적이므로, 카메라와 휴대폰을 충전할 보조 배터리를 꼭 준비하세요.
와디럼으로 가는 방법 – 어떻게 가야 할까?
와디럼은 요르단 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암만(Amman)이나 페트라(Petra)에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1. 암만에서 와디럼 가는 법
- 비행기: 한국에서 암만(Queen Alia International Airport, AMM)까지 비행 후, 국내선으로 아카바(Aqaba) 공항으로 이동 가능합니다.
- 버스: JETT 버스를 이용하면 암만에서 와디럼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 렌터카: 암만에서 약 4~5시간 소요되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2. 페트라에서 와디럼 가는 법
- 버스: 매일 아침 6~7시경 페트라에서 출발하는 미니버스를 이용하면 약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 택시: 협상하면 페트라에서 1시간 30분 만에 와디럼으로 이동 가능합니다.
마션(The Martian), 붉은 행성을 지구에서 만나다 – 와디럼 사막 여행
"나는 죽지 않는다. 화성에서 감자를 키울 것이다." - 그리고 나는 와디럼을 걷는다
맷 데이먼이 홀로 남겨진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키우겠다고 다짐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붉은 모래 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마션(The Martian, 2015) 속 화성의 풍경이 현실에서도 존재할까 싶었지만, 와디럼 사막에 도착하는 순간 그 의심은 사라졌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햇살이 날카롭게 쏟아졌고, 붉은 바위들이 마치 이 행성의 주인인 것처럼 거대하게 솟아 있었습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헬멧이 없다는 사실이 어색할 정도로, 영화 속 화성에 착륙한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이 모래를 밀어내며 낮은 울림을 만들 때, 문득 마크 와트니가 홀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여기서 나는 생존해야 한다."라고 말하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장면과 내 눈앞의 풍경이 겹쳐지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마크 와트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화성에서 길을 찾다" – 와디럼 사막에서 길을 잃다
영화에서 마크 와트니가 탐사 차량을 몰고 화성의 붉은 대지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거대한 사막에서 자신의 좌표를 확인하며 묵묵히 나아갑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나도 사막을 걸었지만, 모래가 흩날리는 사이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와디럼의 붉은 바위들은 서로 닮아 있어 방향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잠시 동안 방향을 잃은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마크 와트니가 "이제 나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다짐하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나도 그처럼 침착해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모래 위에 남아 있던 낙타 발자국을 따라가니, 저 멀리 베두인 가이드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순간, 영화 속에서 마크 와트니가 지구와 교신에 성공했을 때의 안도감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별빛 아래에서" – 사막의 밤은 또 다른 우주였다
사막의 낮이 화성을 닮았다면, 사막의 밤은 우주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마크 와트니가 홀로 어두운 화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희망을 되새기던 장면처럼, 나는 텐트 앞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밤이 되자 와디럼의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펼쳐졌습니다. 빛 공해가 없는 이곳에서 은하수는 선명했고,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웠습니다. 베두인들이 준비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화 속 마크 와트니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살아있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느꼈던 고독과 생존의 감각이, 나에게는 경이로움과 감사함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나는 살아있다. 그리고 여행한다." - 와디럼에서 배운 것
마션은 단순한 생존 영화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와디럼 사막을 여행하며, 나는 그 메시지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낮에는 붉은 바위가 불타오르고, 밤에는 별들이 쏟아지는 이곳에서 나는 깨달았습니다. 삶이란 예측할 수 없는 사막과 같지만, 길을 잃어도 끝까지 나아간다면 결국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요. 와디럼의 붉은 모래를 한 움큼 쥐어보며, 나는 조용히 되뇌었습니다.
"나는 살아있다. 그리고 나는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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