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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시간이 멈춘 곳 이탈리아 크레마에서 영화 속 여름을 살다

by insightaction3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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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탈리아 크레마 썸네일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크레마.여름이면 끝없이 펼쳐진 살구나무와 복숭아밭이 뜨거운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고요한 골목길에 잔잔하게 퍼지는 곳입니다. 이곳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배경이 되었던 마을입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그 뜨거운 여름의 감정, 나른한 오후의 정취, 잔잔한 음악이 흐르던 저녁 테라스의 공기까지, 모든 것이 영화 속 그 장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탈리아를 많이 여행해 봤지만, 크레마는 그 어떤 도시와도 달랐습니다.
화려한 관광지 대신 조용한 들판과 작은 마을이 전부인 이곳에서, 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여름을 살았습니다.

 

크레마로 떠나는 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 속 여름을 살다

제가 크레마를 찾은 것은 8월 중순이었습니다.

태양은 하늘 한가운데서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고, 햇빛은 대지 위에 그대로 내려앉아 온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습니다. 공기는 잔잔한 듯하지만, 어디서나 따뜻한 열기가 피어올랐고, 돌담은 한낮의 태양을 머금고 있다가 손끝이 닿을 때마다 서서히 뜨거운 온기를 전해주었습니다. 들판은 잘 익은 밀밭과 살구나무로 가득했고, 불어오는 바람 한 점 없는 공기 속에는 건초와 마른 흙 냄새가 무겁게 깔려 있었습니다. 가만히 숨을 들이마시면 어디선가 익어가는 과일의 달콤한 향이 묻어나 왔고, 나뭇잎은 가만히 제자리에서 흔들리며 게으른 여름날의 고요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크레마의 하루는 길고도 나른했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태양은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고, 하늘은 조금씩 붉은빛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노을이 내려앉는 속도는 느릿했고, 공기 속에는 한낮의 뜨거움이 가시지 않은 채 미묘한 온기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오후 8시가 지나서야 마을 곳곳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그제야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들판 위를 가로질렀습니다. 노을빛을 머금은 벽돌집들은 더욱 붉게 빛났고, 도로 위에는 저녁을 맞이하는 마을의 고요한 정취가 흘렀습니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려 크레모나에 도착했지만, 거기서 다시 작은 버스를 갈아타야 했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조용하고 고요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드넓은 올리브나무 밭이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에는 세월이 깃든 듯한 돌담과 기와지붕을 얹은 작은 농가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굴곡진 길을 따라갈수록 오래된 벽돌집들이 하나둘 지나갔고, 길가에는 낮잠에서 깨어난 고양이들이 나른한 몸짓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내린 순간, 마을 전체가 숨을 죽인 듯 조용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희미하게 귓가를 스쳤고, 골목길 저 멀리서 자전거 바퀴가 천천히 굴러가는 소리가 공기 속을 가로질렀습니다. 오래된 가로등 아래, 누군가 창문을 열며 커튼을 살짝 걷어 올렸고, 따뜻한 바람이 실내로 스며들 듯 흘러갔습니다. 돌바닥을 밟으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습니다. 어디선가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거리 한편에서는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듯 몇몇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엘리오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날 것만 같았습니다.
그가 올리버를 바라보던 그 눈빛과,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던 그 장면이 그대로 겹쳐 보였습니다.

크레마에 도착하는 순간, 영화 속 여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그 여름은, 마치 나를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제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스며든 거리, 시간이 멈춘 곳 이탈리아 크레마에서의 하루

1. 엘리오의 집이 된 빌라, 영화의 시작점

크레마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영화 속 엘리오의 집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마소 디 코스타(Mas di Costa)라는 개인 저택이었고, 내부는 출입이 불가능했지만, 그 앞을 지나칠 때만으로도 영화 속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 앞 정원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살랑였고, 저 멀리 포 강(Po River)의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엘리오가 피아노를 치던 창문도 그대로 남아 있었고, 벽을 따라 휘감아 오르던 담쟁이덩굴조차 영화 속 그대로였습니다.

문득 엘리오와 올리버가 풀장 옆에서 함께 누워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햇살이 뜨거웠고, 공기는 나른하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그 장면처럼 저도 한참 동안 벽에 기대 서서 정원의 나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2. 피아차 델 두오모, 크레마의 중심

크레마의 중심부, 피아차 델 두오모(Piazza del Duomo)는 마을의 심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작은 광장 한가운데에는 크레마 대성당이 우뚝 서 있고, 광장을 둘러싼 노천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곳, 올리버가 성당 앞 계단에서 엘리오를 기다리던 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광장 한가운데 서서 성당을 바라보니, 오래된 벽돌에서 따뜻한 햇살이 은은하게 반사되고 있었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부드럽게 얼굴을 스쳤고, 공기 속에는 갓 구운 빵과 에스프레소 향이 은은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서늘한 대리석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도자기 잔에서 커피 향이 피어올랐습니다. 잔을 손에 들자, 따뜻한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졌고, 코를 가까이 대는 순간 진하고 깊은 아로마가 공기 속을 감돌았습니다.

한 모금 머금자 혀끝에 스치는 쌉싸름한 맛과 동시에 묵직한 바디감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에스프레소의 농축된 풍미가 미각을 깨우듯 퍼져 나가고, 마지막엔 부드러운 단맛이 은은하게 남았습니다. 크레마 특유의 여유가 마치 이 한 잔에 녹아 있는 듯했습니다. 숨을 길게 내쉬며 광장을 바라보니,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사람들은 조용한 대화 속에서 오후의 나른함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3.폰타넬레 벨 공원,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길

크레마를 여행한다면,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바퀴 위에 몸을 싣고 바람과 하나가 되어야만 비로소 진짜 크레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페달을 밟자 서서히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갔고, 마을의 풍경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기 속에는 태양 아래 달궈진 밀밭의 고소한 향이 묻어나 있었고, 어디선가 익어가는 살구와 무화과의 달콤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스며들었습니다.

자갈길 위를 지날 때마다 바퀴가 부드럽게 튀어 오르며 ‘사박사박’ 작은 소리를 냈고, 길가의 나무들이 간간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시원한 휴식을 선사했습니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손끝으로 핸들을 잡고 속도를 내자, 나뭇잎들이 바람을 따라 가볍게 흔들렸고, 들판은 황금빛으로 일렁였습니다.

강을 따라 난 오솔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포 강이 흐르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햇빛을 머금은 은빛 물결이 반짝이며 흘러갔습니다. 나무 사이로 새어 나온 햇살이 땅 위에 부드러운 패턴을 만들어내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마치 이 길을 안내하는 듯했습니다.

잠시 페달을 멈추고 공원의 벤치에 앉았습니다. 등 뒤로 느껴지는 나무의 차가운 감촉이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를 식혀 주었고, 멀리서 졸졸 흐르는 강물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밀밭이 출렁이며 부드럽게 움직였고, 노을이 지며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이 들판 위에 드리워졌습니다.

눈을 감으면, 영화 속 엘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이 길을 달리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햇살 속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옷자락,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낮고 부드러운 웃음소리까지. 마치 그 여름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크레마로 가는 길,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여행 팁

크레마 가는 법 (2024년)

  • 항공편: 한국에서 밀라노까지 직항(대한항공, 아시아나, 에미레이트 등)
  • 기차: 밀라노 중앙역(Milano Centrale) > 크레모나(Cremona) 행 기차 (약 1시간)
  • 버스: 크레모나 역에서 크레마(Crema)행 지역 버스 이용 (약 30~40분)
  • 렌터카: 밀라노에서 크레마까지 차로 1시간 거리 (직접 운전 추천)

🚨 유의사항

  • 크레마는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기차와 버스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 자전거는 마을 곳곳에서 대여 가능하며, 하루 10~15유로 정도입니다.
  • 작은 마을이라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간단한 이탈리아어 표현을 익혀두면 유용합니다.

 

크레마에서 준비하면 좋은 소품

  • 자전거: 영화 속 엘리오처럼 크레마의 들판과 강가를 누비기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입니다.
  • 필름 카메라: 크레마의 따뜻한 햇살과 노을을 감성적으로 담기에 적합하며, 빈티지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습니다.
  • 필름 카메라: 크레마의 따뜻한 햇살을 감성적으로 담기에 좋습니다.
  • 에스프레소 잔: 이탈리아 여행 기념으로 추천합니다.

 

이탈리아 북부마을 크레마 마을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시간이 멈춘 곳 이탈리아 크레마에서  영화 속 여름을 살다

 

크레마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습니다.노을이 질 때쯤, 광장의 카페에서 마지막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햇살은 부드럽게 가라앉았고, 따뜻한 바람이 살짝 불어왔습니다.엘리오와 올리버의 여름은 끝이 났지만, 크레마의 여름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곳을 떠난 뒤에도 크레마의 공기와 햇살, 그리고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크레마에서의 시간은 유난히 느리게 흘렀습니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었고, 오래된 자전거 바퀴 소리가 자갈길 위를 가볍게 스쳤습니다. 광장의 작은 카페에서는 여전히 커피 향이 감돌았고, 사람들은 오후의 나른한 공기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을이 질 무렵, 광장 한편의 카페에 앉아 마지막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작고 묵직한 잔을 손에 쥐자, 온기가 손끝에 스며들었습니다. 첫 모금을 머금는 순간, 씁쓸하지만 부드러운 크레마의 풍미가 혀끝을 감돌았고, 그 순간 저는 엘리오가 창가에 앉아 책을 읽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올리버가 그를 바라보던 눈빛, 그리고 크레마의 뜨거운 여름 햇살이 그들을 감싸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광장을 감싸던 햇살이 서서히 기울어가자, 따뜻한 바람이 살짝 불어왔습니다. 올리버가 떠난 뒤 엘리오가 난롯가에 앉아있던 마지막 장면처럼, 이곳의 여름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오가 그 여름을 가슴 깊이 품고 살아가듯, 저 역시 크레마에서의 이 순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이곳을 떠난 뒤에도 크레마의 공기와 햇살, 그리고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은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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