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촬영지 여행 – 패션보다 진짜 삶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서
뉴욕, 회색 빌딩 사이로 밀려드는 꿈과 현실
제가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날은 11월 초였습니다. 추운 바람이 맨해튼 거리 끝자락을 감고 올라오고 있었고, 낮은 구름은 도시의 고층 빌딩 꼭대기를 감췄습니다. 공항에서 UBER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은 낯설면서도 익숙했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디 삭스가 구겨진 코트를 입고 첫 출근을 하던 Runway 잡지사 본사는 사실 McGraw-Hill Building (1221 6th Ave)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저는 이 건물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었습니다. 건물 앞 광장엔 수트 차림의 뉴요커들이 커피를 들고 바삐 오가고 있었고,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다시 찍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제 안은 뜨겁게 설렜습니다.
앤디가 미란다의 커피를 사러 다니던 Dean & DeLuca는 이제 사라졌지만, 저는 그 맞은편 카페에서 따뜻한 헤이즐넛 라떼를 마시며 사람들이 오가는 걸 지켜봤습니다. 거리에는 여전히 오피스룩을 입은 여성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고, 저마다 자신만의 미란다와 싸우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여행팁: JFK공항에서 맨해튼까지는 에어트레인+지하철(E선) 이용 시 약 1시간 20분, 비용은 약 12~13달러입니다. 짐이 많다면 UBER로 약 80~120달러. 주중 출근시간 피해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천 방문지
- McGraw-Hill Building (앤디 첫 출근 씬): 1221 6th Ave, New York, NY
- St. Regis Hotel (미란다 파리행 통화 장면): 2 E 55th St, NY
- James Hotel (앤디와 네이트의 갈등 장면 배경): 27 Grand St, SoHo
2. 인천공항(ICN) > 뉴욕(JFK) > 파리(CDG) 여행 정보
항목 | 구간 | 항공사/이동수단 | 소요 시간 | 예상 비용(편도 기준) | 비고 |
1단계 | 인천 > 뉴욕 (JFK) | 대한항공, 아시아나, 싱가포르항공 등 (직항/경유) | 약 13~14시간 | 약 90만 ~ 140만 원 | 대한항공 직항 권장 |
경유 대기 | 뉴욕(JFK) 환승 | 공항 내 대기 (항공사별 상이) | 약 2~6시간 | - | 터미널 간 이동 필요할 수 있음 |
2단계 | 뉴욕 > 파리(CDG) |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 약 7~8시간 | 약 40만 ~ 60만 원 | 밤 출발/익일 도착 편 다수 |
총합 | ICN > JFK > CDG | 항공 전체 | 총 약 22~28시간 | 130만 ~ 200만 원 | 시즌 및 항공사별 변동 있음 |
실전 여행 팁
- 가장 편리한 루트: 대한항공 or 아시아나로 뉴욕 직항 후, JFK에서 에어프랑스 또는 델타항공 이용해 파리 이동
- 환승 시 유의사항: JFK 공항은 터미널 이동 시간이 다소 길어, 최소 3시간 이상 환승 시간 확보 권장
- 입국·출국 절차: 미국 입국 시 ESTA 필수, 파리까지 경유 시 유럽 입국 심사 면제 (90일 무비자 여행 가능)
- 수하물 처리: 동일 항공사 제휴편 이용 시 파리까지 자동 연결 가능 (항공권 예매 시 확인 필요)
- 총 여정 시간: 환승 포함 시 약 24~28시간 예상
3. 파리, 뾰족한 아침 햇살 사이로 떨어진 실루엣
뉴욕에서 파리로 넘어간 건 여행 6일째였습니다. JFK에서 샤를드골 공항까지 에어프랑스 직항으로 약 7시간 30분, 시차 때문에 실질적인 비행 피로는 두 배였습니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왜 이 도시가 영화 속에서 그렇게 찬란하게 빛났는지 실감했습니다.
앤디가 파리에서 입었던 드레스, 석양을 등지고 걷던 장면, 그리고 미란다가 마지막에 떠나던 회색 리무진. 모든 장면이 낭만적인 동시에 어딘가 외로웠습니다.
제가 가장 감동했던 곳은 영화 후반부, 미란다가 파리 패션위크에서 참석하던 장소, Palais Galliera (갈리에라 궁 – 패션 박물관)이었습니다. 그곳은 실제로 파리 패션의 역사와 전시가 열리는 곳이었고, 제가 갔던 날엔 1950년대 오뜨 꾸뛰르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차가웠고, 나뭇잎은 거의 다 떨어져 있었습니다. 갈리에라 궁 정원에서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앤디가 떠났던 건 미란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서였겠구나.”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고 싶다면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클래식 트렌치코트
- 노트북 혹은 작은 다이어리
- 무채색 머플러 (파리의 늦가을은 춥습니다)
- 무광 블랙 로퍼 또는 앵클부츠
추천 방문지
- Palais Galliera – Musée de la Mode: 10 Av. Pierre 1er de Serbie, 75116 Paris
- Pont Alexandre III (앤디가 휴대폰을 센 강에 던지는 씬): 7th Arrondissement
- Le Meurice Hotel (미란다 숙소): 228 Rue de Rivoli, Paris
여행팁: 파리는 지하철이 잘 되어 있어 Navigo Easy 카드(1장 2유로, 충전형)를 추천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입장은 사전 예약 필수이며, 가을 시즌엔 한국인 방문객이 많아 대기 줄이 길 수 있으니 오전 일찍 이동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4. 여행의 끝에서 다시 보는 앤디의 선택, 그리고 나의 선택
앤디는 뉴욕에서 야근과 꾸지람을 견디며, 파리에서는 자기 삶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저는 이 여행에서 그녀가 했던 고민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꿈과 현실, 커리어와 관계, 야망과 정체성 사이의 균형.
파리에서 마지막 날, Pont Alexandre III 다리 위에 서서 센 강을 바라보며 저도 그녀처럼 상상해 보았습니다. 만약 제가 여기서 휴대폰을 던진다면 어떤 감정일까. 떠나고 싶었지만 남기로 한 감정, 혹은 남고 싶었지만 떠나야 했던 감정.
이 여행은 영화 속 장면을 따라다니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장감 있게 느끼기 위한 팁 요약
- 뉴욕은 10~11월 초 가을이 가장 좋으며, 관광객이 많지 않고 날씨도 선선합니다.
- 파리는 9월 말~10월 중순이 패션위크 기간과 겹쳐 영화 속 느낌을 더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습니다.
- 각 도시의 날씨는 실시간 확인이 중요하며, 입장권/숙소/항공은 출발 최소 한 달 전 예약 권장입니다.
- 뉴욕과 파리 모두 도보 중심 여행이 가장 좋으며, 단단한 운동화는 필수입니다.
5. 뉴욕, 아침의 속도에서 커피 향으로 살아나다
1) Bluestone Lane Bryant Park Café
주소: 1114 6th Ave, New York, NY 10036, USA
가는 방법: 42nd St–Bryant Park 지하철역에서 도보 1분
분위기: 뉴욕식 바쁜 에너지와 호주식 감성 커피가 공존하는 공간. 실내보다 야외 좌석이 더욱 영화적입니다.
앤디가 구겨진 코트를 입고 맨해튼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갈 때, 머릿속에 자동으로 울려 퍼지던 문장은 “Where’s my coffee?”였습니다. 그 문장을 실감하게 된 건 바로 이곳, Bluestone Lane Bryant Park Café에서였습니다. 9시 반, 브라이언트 파크 맞은편, 양복 차림의 뉴요커들 사이에서 제가 주문한 건 호주 스타일 플랫화이트.
한 손에 잡히는 종이컵의 온기, 진한 원두 향이 코끝을 스치고, 앤디처럼 고개를 숙이고 걷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회색 빌딩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작은 테라스 자리에 앉아, 나도 뉴욕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에피소드: 옆자리 여성 직장인이 “너도 Runway에서 일해?”라며 웃으며 말을 건네왔습니다. 앤디가 입고 다니던 검은 롱 코트와 미디힐 때문이었을까요. 그 말은 농담이었지만, 제 하루를 영화처럼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뉴욕, 앤디의 퇴근길에 들렸을 법한 비스트로
2) Buvette
주소: 42 Grove St, New York, NY 10014, USA
가는 방법: Christopher St–Sheridan Sq 역에서 도보 3분
분위기: 뉴욕 한복판에서 프랑스 파리 뒷골목 같은 정서. 혼자 오기에도, 둘이 오기에도 무척 좋습니다.
앤디가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던 장면이 있다면, 그 공간은 바로 Buvette였을 것 같습니다. 웨스트빌리지의 좁은 골목에 숨겨진 이 작은 프렌치 비스트로는, 낮에도 저녁에도 조용한 대화와 감성으로 가득합니다.
제가 앉았던 자리 옆에는 벽돌을 노출시킨 낮은 천장 아래 촛불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옆 테이블엔 연한 아이보리색 재킷을 입은 여성이 혼자 와인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저는 브리오슈와 라따뚜이, 그리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습니다.
에피소드: 앤디처럼 바쁜 하루를 마치고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온 느낌. 이곳에서는 속도가 아닌 온도로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이 듭니다. 영화 속 나이젤이 “넌 그저 이 옷을 입은 게 아니야. 넌 그 삶을 살고 있어”라고 말하던 장면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파리, 미란다가 묵었을 법한 호텔 바로 앞의 브런치 테이블
3) Carette (카레뜨)
주소: 4 Place du Trocadéro et du 11 Novembre, 75016 Paris, France
가는 방법: Trocadéro 역에서 도보 1분
분위기: 고전적인 파리 감성이 살아 있는 브런치 공간. 단정한 옷차림이 어울리는 카페이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파리 편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미란다가 리무진을 타고 기자들과 인사 없이 떠나버리는 씬입니다. 그 장면이 연상되던 날, 저는 토카데로 광장 바로 앞의 Carette에 앉아 있었습니다.
햇살이 맑게 떨어지던 파리의 아침, 주문한 건 크로크 무슈와 라떼, 그리고 딸기 타르트 하나. 실버 포크로 타르트를 자를 때, 바삭하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 퍼진 달콤함은 감정의 레이어처럼 깊었습니다. 앤디가 마지막으로 파리의 거리에서 조용히 사라졌던 그 장면처럼, 이곳도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옆 테이블에서는 두 프랑스 여성이 패션잡지를 펼쳐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저는 조용히 노트를 꺼내 앤디가 놓았던 그 전화기처럼, 제 하루를 내려놓는 순간을 글로 옮겼습니다.
파리, 달콤함의 끝에서 앤디를 이해하다
4) Pierre Hermé Paris
주소: 72 Rue Bonaparte, 75006 Paris, France
가는 방법: Saint-Sulpice 역에서 도보 3분
분위기: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저트 매장. 기프트박스도 고급스럽게 포장되며, 영화 속 장면 같은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추천 메뉴: Ispahan 마카롱(장미, 리치, 라즈베리), 시그니처 플뢰르 드 셀 초콜릿
앤디가 센 강 다리 위에서 핸드폰을 던지던 그 장면. 그녀는 그 순간, 화려함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택했습니다. 그 순간의 결단이 느껴졌던 건 Pierre Hermé의 마카롱을 한 입 베어물었을 때였습니다.
입 안에 퍼지는 장미향 마카롱의 풍미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파리라는 도시가 준 감정의 여운이었습니다. 앤디가 결국 떠났던 이유는 성공이 아닌 균형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게 된 순간, 저는 그 달콤함 속에서 영화의 여운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6. 영화보다 더 깊은 씬은, 현실 속에 있었습니다
앤디는 뉴욕에서 커리어를 좇았고, 파리에서 자신을 만났습니다. 저 또한 이 여행을 통해 매 순간 감정과 냄새, 맛과 사람들 속에서 ‘나’라는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갔습니다. 커피 향 속에 떠오른 대사, 디저트의 단맛 속에서 되새긴 선택들, 그리고 어떤 순간에는 “내가 이 영화를 왜 좋아했는지”를 몸으로 체감했습니다.
여행이란 단지 장소를 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앤디처럼 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도시의 맛과 향은, 영화보다 더 오래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뉴욕의 바람은 나에게 말했다
“누군가는 이걸 꿈꿔요, 안드레아.” – 미란다 프리슬리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뉴욕의 공기가 몸 안으로 밀려들었습니다. 마치 앤디가 패션계의 입구 앞에서 주춤하던 첫날처럼, 저도 그 회색 도시의 에너지에 압도당하고 있었습니다. 맨해튼의 6번가, McGraw-Hill Building 앞에 섰을 때,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속에서 구겨진 트렌치코트를 입은 앤디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모닝커피 향이 가득한 거리에서 마신 한 잔의 헤이즐넛 라떼는, 앤디가 Dean & DeLuca에서 들고 뛰던 커피처럼 제 손을 데웠고 마음도 같이 데워졌습니다. 그 도시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저마다의 전장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뜨거웠습니다. 마치 “지금 이 삶, 누군가는 꿈꾸고 있다”는 말처럼, 그 순간은 누군가의 스크린 속 인생이 아닌, 제 이야기 속 현실이었습니다.
파리의 밤이 나를 비추는 방식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겠어.” – 앤디 삭스
6일 뒤 파리로 넘어왔을 때, 저는 센 강 너머로 지는 햇살 속에서 ‘앤디의 두 번째 각성’을 마주했습니다. Pont Alexandre III 다리 위에 서서 휴대폰을 던지던 그녀의 장면을 떠올리며, 저 역시 삶에서 놓아야 했던 것들과 마주했습니다. Palais Galliera의 외관은 앤디가 진짜 자신으로 돌아오는 패션위크의 정점 같았고, 그날따라 바람은 유독 조용했습니다.
제가 앉았던 벤치 위에 햇살이 천천히 내려앉았고, 라벤더 향이 감도는 작은 머플러를 감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영화 속 미란다는 앤디에게 커리어를, 파리는 앤디에게 자기 자신을 돌려줬습니다. 파리의 하루는 은은했고, 그 도시의 시간은 저를 더 단단하게 했습니다. 한 장면처럼, 제 하루도 그렇게 촘촘히 채워졌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그리고 나는 나를 입는다
“이건 그저 옷이 아니에요. 삶이에요.” – 나이젤
이 여행의 끝에서 저는 패션이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바로 자기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뉴욕이 현실의 속도를 알려줬다면, 파리는 감정의 여백을 남겨줬습니다. 앤디가 떠났던 이유를, 저는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따라 걸으며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차역 근처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한 잔, 뒷골목 벽에 반사된 노을, 그리고 누군가의 웃음 뒤에 스친 고요한 감정들. 모든 것이 영화의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입는 건 단지 옷이 아니라, 하루의 감정이고 삶의 태도라는 걸요. 앤디처럼, 저도 그렇게 한 걸음씩 제 자신을 입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