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 오는 오후, 자전거, 운하 그리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
운하의 물결보다 더 잔잔했던 아침 공기 속으로
10월,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공항을 빠져나와 기차로 시내 중심에 도착한 건 오전 8시. 흐린 하늘이 도시 위로 낮게 드리워져 있었고, 자전거의 체인 돌아가는 소리, 이따금 지나가는 트램의 경쾌한 딩동 소리가 귓가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누구나 느긋하게 걷지만, 그 속엔 흐르듯 움직이는 질서가 있었습니다.
제가 묵은 숙소는 요르단(Jordaan) 지구의 작은 운하 옆 부티크 호텔이었습니다. 창문을 열면 바닥까지 내려오는 낡은 창틀 너머로 운하가 바로 내려다보였고, 간간이 노를 젓는 관광 보트들이 저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웨스 앤더슨 영화의 한 컷처럼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나와 근처 ‘카페 파피에(Café Papeneiland)’에 들렀습니다. 17세기에 세워졌다는 이 카페는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며, 천장이 낮고, 벽에는 오래된 지도가 걸려 있습니다. 애플파이를 시켜 따뜻한 커피와 함께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씹히는 사과의 산미와 시나몬 향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졌습니다. 제가 앉은 창가 자리에서는 운하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보트가 보였고, 그 배 위에는 노란 우비를 입은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영화 <더 폴트 인 아워 스타즈(The Fault in Our Stars)>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들이 바로 이 도시에서 키스했던 벤치, 감정을 말보다 표정으로 전하던 순간. 저는 그 벤치를 찾아 나섰고, 몇 블록을 지나 프린센그라흐트(Prinsengracht) 운하를 따라 걷다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벤치는 낡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앉아 있는 순간, 흐릿한 햇살이 잠시 구름을 뚫고 얼굴을 비췄고, 그 순간이 왜 그렇게 인상 깊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 인천공항(ICN)에서 암스테르담(AMS) 여행 정보 요약표
구간이동 | 수단 소요 | 시간 | 평균 비용(왕복 기준) | 비고 |
인천공항 > 암스테르담 공항 | 직항 (대한항공, KLM 등) | 약 11시간 20분 | 120~180만원 | 비수기 기준, 성수기(6~8월)는 200만원 이상 가능 |
암스테르담 공항 > 시내(Centraal) | NS 기차 (직통 열차) | 약 15~20분 | 약 6.2유로 (한화 약 9,000원) | 10~15분 간격 운행, OV-chipkaart 사용 가능 |
Centraal 역 > 시내 각지 | 도보 또는 트램 | 5~15분 | 3~4유로 (트램 1회권 기준) | OV 카드 또는 여행자 패스 구매 시 편리 |
주요 항공사 정보 (직항 기준)
항공사 | 운항 | 요일 | 특이사항 |
대한항공 | KE925 | 매일 | 인천 → 암스테르담 오전 출발, 오후 도착 |
KLM 항공 | KL856 | 매일 | 인천 출발 기준 오전 비행, 넓은 좌석 운영 |
아시아나항공 + 루프트한자 | 경유 항공 | 요일별 상이 | 프랑크푸르트 또는 뮌헨 경유, 총 15~17시간 소요 |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시내 가는 방법
- NS 기차 (직통 열차)
- 탑승 장소: Schiphol Airport 지하 플랫폼
- 도착: Amsterdam Centraal Station
- 요금: 약 6.2유로 (편도), OV 카드 또는 티켓 자판기 이용
- 소요 시간: 약 15~20분
- 추천 이유: 가장 빠르고 저렴함
- 택시 또는 우버
- 요금: 약 50~65유로
- 소요 시간: 교통 상황에 따라 25~40분
- 추천 상황: 야간 도착, 무거운 짐, 동행자 다수일 때
여행 준비 팁
- 항공권은 출발 2~3달 전 구매 시 최적가 확보 가능
- 네덜란드는 단기 체류 시 무비자 입국(90일 이내) 가능 (한국 여권 기준)
- 환전: 유로(EUR), 공항보다 현지 ATM 인출 또는 환전소 이용 권장
- 날씨: 봄/가을엔 비 자주 옴 → 방수 자켓, 얇은 레이어드 옷 추천
- 현지 시간대: 한국보다 8시간 느림 (서머타임 시 7시간 차이)
실제 여행 정보를 위한 체크리스트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스히폴(Schiphol) 공항까지는 대한항공, KLM항공 등 직항 기준으로 약 11시간 20분이 소요됩니다. 평균 항공권 가격은 비수기 왕복 기준 120만 원에서 160만 원 선이며, 여름 성수기(6~8월)는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저는 10월 초에 다녀왔고, 날씨는 평균 기온 15도 안팎으로 긴팔 셔츠에 얇은 자켓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NS기차를 이용하면 약 15~20분 소요되며, Amsterdam Centraal 역에 도착하면 도심 대부분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공공교통은 OV-chipkaart 카드 하나로 트램, 버스, 지하철 모두 이용 가능하며, 여행자용 패스는 1일권(8.5유로)부터 시작됩니다.
유의사항
자전거가 매우 많고 도로 대부분에 자전거 전용 차선이 있으니 도보 이동 시 주의해야 합니다. 차보다 자전거가 더 빠르게 움직이므로 길을 건널 때 반드시 좌우를 두 번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카페는 현금보다 카드 결제를 선호하며, 간혹 현금을 받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국제결제 가능한 신용카드 혹은 유럽용 체크카드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산보다는 방수 바람막이 재킷이 더 유용합니다. 비가 자주 오지만 대부분 짧고 소강 상태가 잦아, 우산을 펴기보단 빗속을 걸어가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3. 영화보다 느리게, 더 진하게 걷는 암스테르담의 하루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좋은 신발입니다. 돌길이 많은 이 도시에서 구석구석을 누비려면 편한 운동화와 약간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손에 작은 수첩을 들고, 전날 체크해 둔 장소들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영화 <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에 등장한 콘서트하우스 ‘콘세르트허바우(Concertgebouw)’였습니다. 극 중 인물들이 작전을 세우기 전 음악회가 열리던 곳입니다. 실제로도 세계 3대 콘서트홀 중 하나로,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아도 공간의 웅장함과 세련된 공기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입구에서 티켓을 사서 낮 리허설 관람을 했고, 홀 안에 들어서자 조용한 긴장감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습니다. 붉은 천, 금빛 장식, 높게 솟은 천장 위의 샹들리에. 연주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숨을 참는 듯한 표정이 되었고, 음악은 마치 도시의 심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점심은 콘서트홀 근처의 ‘Café Loetje’에서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먹었습니다. 중간 정도로 구운 스테이크 위엔 풍성한 그레이비 소스가 올려져 있었고, 단단한 외피를 자르면 육즙이 흘러나왔습니다. 창밖으로는 자전거에 꽃바구니를 단 누군가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순간이 또 하나의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도시 전체가 장면이 되고, 음식 하나, 냄새 하나까지도 기억이 되는 그런 감각이었습니다.
4. 암스테르담에서 느낀 맛의 시간, 기억을 굽는 거리 위에서
“향과 온도, 그리고 이야기로 남는 장소들”
1) Bakers & Roasters – 뉴질랜드 감성의 브런치, 햇살이 머무는 공간
위치: Eerste Jacob van Campenstraat 54, 1072 BH Amsterdam
가는 법: 트램 4번 De Pijp 정류장에서 도보 3분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저는 계획 없이 브런치를 찾아 디 파이프(De Pijp) 지역을 걷고 있었습니다.
창 너머로 계란노른자 같은 색감의 조명이 흘러나오는 곳, 바로 'Bakers & Roasters'였습니다.
뉴질랜드 스타일의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내부는 나무와 식물로 꾸며진 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서빙된 커피는 브라질산 싱글 오리진, 첫 향에서부터 초콜릿과 견과류의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Kiwi Brekkie’로, 훈제 베이컨과 구운 버섯,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토마토 살사가 접시에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입 안에서 재료들이 부드럽게 섞일 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여름 한 장면이 스쳤습니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느린 템포의 음악을 들으며 먹는 아침은 영화 속 여유로운 장면처럼 다가왔습니다.
이곳은 혼자 와도, 누군가와 와도 시간이 따뜻하게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2) Pluk Amsterdam – 감성 디저트와 햇살의 테이블
위치: Reestraat 19, 1016 DM Amsterdam (9 Straatjes 지역)
가는 법: 트램 2, 12번 Spui 정류장에서 도보 5분
‘Pluk’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디저트 카페 중 하나입니다.
화이트 톤 인테리어에 나무 가구, 선반에는 요가책과 핑크빛 주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진열대 위에는 시나몬 번과 머핀, 당근 케이크가 다정하게 줄지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마신 ‘로즈 레몬 에이드’는 새콤하면서도 꽃향이 은은해, 입안에 햇살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앉은 창가 자리 옆에는 두 사람이 작은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바로 그 장면이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과, 낯익은 감정을 나누는 일.
플룩은 단순한 디저트 카페가 아니라 '느낌'을 파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추천하는 디저트는 ‘유기농 당근 케이크’입니다.
부드러운 케이크와 진한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레이어처럼 얹혀 있고,
포크를 대는 순간의 촉감이 마치 기억을 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3) The Avocado Show – 트렌디함과 건강함이 만난 녹색의 테이블
위치: Daniël Stalpertstraat 61, 1072 XB Amsterdam
가는 법: De Pijp 지역 중심, 트램 3, 12번 Lutmastraat 하차 후 도보 5분
이곳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아보카도 전문 카페’입니다.
모든 메뉴에 아보카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며, 요즘 젊은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지이기도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았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고른 메뉴는 ‘Avocado Rose Toast’. 얇게 슬라이스된 아보카도를 장미처럼 말아 토스트 위에 올려주는데,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섬세했습니다. 올리브 오일과 레몬 즙이 아보카도의 담백함을 깨워줍니다.
입안에서 퍼지는 녹색의 식감은 마치 모네의 풍경화를 씹는 느낌이랄까요.
내부는 핑크 벽지, 식물 인테리어, 대리석 테이블 등 인스타그램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단지 예쁘기만 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건강한 음식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셰프 영화의 “음식은 감정을 전한다”는 대사가 이곳에 그대로 스며 있는 듯했습니다.
4) Van Stapele Koekmakerij – 쿠키 하나로 완성되는 영화 속 단맛
위치: Heisteeg 4, 1012 WC Amsterdam (Spui 지역)
가는 법: 트램 1, 2, 5번 Spui 정류장에서 도보 2분
이곳은 단 하나의 쿠키만 파는 디저트 숍입니다.
겉은 다크 초콜릿 쿠키, 속은 화이트 초콜릿이 녹아있는 'Van Stapele 쿠키'.
매일 아침 갓 구워내는 이 쿠키를 사기 위해 문 열기 전부터 줄이 생기며,
포장도 마치 보석 상자처럼 정갈하게 해줍니다.
저는 오후 늦게 도착했지만 운 좋게 마지막 몇 개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쿠키를 들고 운하 근처 벤치에 앉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해리 포터에서 해그리드가 해리에게 생일 케이크를 내밀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작고 따뜻하고, 진심이 들어 있는 디저트.
한 입으로 누군가의 하루가 달콤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감정의 여운: 암스테르담에서 맛은 ‘기억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이 도시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감정과 감각을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바삭한 쿠키의 온도, 사과 파이의 시나몬 향, 아보카도의 식감, 커피의 첫 향.
이 모든 순간이 영화처럼 차곡차곡 쌓였고,
어느 날 문득 “암스테르담은 어떤 도시였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음식 냄새와 조용한 카페의 풍경으로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식이, 공간이, 그리고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는 여행 그 자체였습니다.
5. 암스테르담(Amsterdam), 네덜란드의 시간을 걷는 도시에서 영화처럼 하루를 살아내다
감정은 천천히, 물처럼 흐른다는 걸 배웠습니다
영화 더 폴트 인 아워 스타즈의 키스 장면이 찍힌 벤치에 앉아 있었을 때, 갑자기 운하의 물결이 크게 일렁였습니다. 무심한 관광 보트 하나가 지나가면서 남긴 잔물결이 벽에 부딪혀 다시 되돌아올 때, 저는 마음속 어딘가가 묘하게 울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이처럼 작은 움직임에서 감정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벤치 하나와 물결, 그리고 그 도시의 냄새만으로도 우리는 한 편의 장면을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시선을 멈추고 냄새를 기억하게 된다는 것
암스테르담은 걷는 도시였습니다. 트램도 자전거도 빠르게 지나가지만, 결국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멈춰 서서 바라본 풍경에서 찾아졌습니다. 조용한 카페 안, 사과 파이에서 피어오르던 따뜻한 시나몬 향, 콘서트홀 안에서 처음 들은 생음악의 울림, 그리고 오후 4시쯤 비가 내리기 직전 운하 위를 감싸던 축축한 공기까지. 이 모든 감각은 눈으로 본 것보다 오래 남는 기억이었습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처럼, 장면은 조용했고 감정은 선명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익숙한 감각이 사람을 바꾸듯, 저도 그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암스테르담, 나만의 영화 한 장면으로 남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본 오션스 트웰브 속 콘세르트허바우 장면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저는 그 공간을 직접 걸었고, 숨을 들이쉬었으며, 음악이 울릴 때의 떨림을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상상이었지만 여행은 현실이었고, 그 현실은 상상보다도 더 섬세하고 따뜻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제게 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너의 장면이다.” 그 장면을 천천히 걷고, 바라보고, 느끼는 시간은 삶의 또 다른 편집본처럼 마음속에 저장되었습니다. 이 도시는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저만의 작은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Whoever is happy will make others happy too.”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