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그 특별한 순간들이 남겨진 곳
어느 날 문득,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속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감싸는 바닷가, 사랑스러운 영국 시골 마을, 그리고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저는 가방을 꾸렸습니다. 목적지는 영국 콘월(Cornwall)과 런던(London), 영화 속 그 순간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여행은 5월 중순이었습니다. 영국의 봄이 깊어지고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공기는 선선했고 햇살은 부드러웠습니다. 공항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바람 속에 실린 풀 향기와 함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영국의 콘월과 런던으로 가는 길 – 비행기에서의 여정
서울 출발 – 어떤 항공을 선택할까?
영국으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과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을 선택하면 기내식으로 한식이 제공되어 장거리 비행 중에도 비교적 편안합니다. 반면 영국항공은 영국 느낌을 미리 느껴볼 수 있는 영국식 조식이 제공되며, 서비스가 깔끔한 편입니다.
저는 대한항공을 선택했습니다. 13시간의 비행 동안 창가 좌석에 앉아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구름과 함께 영화 어바웃 타임을 다시 한 번 감상했습니다. 어둠이 깔린 기내에서 영화를 보며, 곧 영화 속 배경을 직접 마주하게 될 생각에 가슴이 설렜습니다.
기내식으로 나온 불고기 덮밥은 의외로 훌륭했습니다. 촉촉한 고기와 간이 적당한 밥, 그리고 따뜻한 미소된장국이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달래 주었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작은 초콜릿 브라우니도 입 안에서 달콤하게 녹으며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비행 중 만난 옆자리 승객은 영국 런던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콘월을 여행한 적이 있다며, "콘월의 바닷가는 영국에서도 특별한 곳이에요. 바닷바람이 굉장히 시원하고, 노을 질 때 풍경이 끝내줘요."라며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와의 대화 덕분에 기대감은 더 커졌습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후, 짐을 찾고 입국 심사를 마치니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바웃 타임의 공간 속으로 들어갈 차례였습니다.
몬트로즈 하우스 – 콘월의 바다가 품은 집
영화에서 팀(돔놀 글리슨)의 가족이 사는 집, 몬트로즈 하우스(Montrose House)는 콘월의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리고 붉은 노을이 드리우는 곳, 이곳은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기억을 담은 장소 중 하나입니다.
콘월에 도착한 날, 해 질 무렵이었습니다. 부드러운 금빛 햇살이 바다를 비추고 있었고, 마을은 고요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몬트로즈 하우스를 바라보니, 영화에서 팀이 아버지(빌 나이)와 함께 바닷가를 거닐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을 재현해보고 싶어 조용히 해변을 걸었습니다.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밟으니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졌고, 파도는 일정한 리듬으로 해안선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할 때는 꼭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기를 추천합니다. 몬트로즈 하우스 주변에는 카페나 기념품 가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미리 간식이나 음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해안가 특성상 바람이 강할 수 있으니 가벼운 점퍼를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런던, 팀과 메리가 처음 만난 장소 & 숨은 맛집
런던의 밤은 언제나 특별합니다. 팀과 메리(레이첼 맥아담스)가 처음 만난 곳, ‘Dans Le Noir?’ 레스토랑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하는 독특한 컨셉의 레스토랑으로, 영화에서도 그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그려졌습니다.
Dans Le Noir? 가는 방법:
-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에서 지하철 노던(Northern) 라인을 타고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역 하차
- 역에서 도보 5~7분 거리
런던 속 숨은 맛집, 영화 같은 분위기의 어바웃 타임 감성 가득한 곳
1) Clos Maggiore (클로 마죠레) – 런던 최고의 로맨틱 레스토랑
- 위치: 33 King Street, Covent Garden, London
- 추천 메뉴: 트러플 크림 파스타, 오리 가슴살
- 분위기: 내부가 마치 동화 속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2) Sketch (스케치) – 핑크빛 벽과 예술적인 인테리어
- 위치: 9 Conduit Street, London
- 추천 메뉴: 애프터눈 티, 트러플 리조또
- 분위기: 런던에서 가장 예술적인 레스토랑 중 하나로, 내부 디자인이 독특하여 사진 찍기에도 좋습니다.
3) The Hidden Hut (콘월) – 해변에서 즐기는 신선한 해산물
- 위치: Porthcurnick Beach, Cornwall
- 추천 메뉴: 랍스터 롤, 해산물 플래터
- 분위기: 콘월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오픈 레스토랑으로, 해산물을 즐기면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 시 유용한 팁 & 유의사항
1. 영국 여행 준비 – 필수 체크리스트
✔ 여권 & 전자여행허가(ETA) 확인
2024년 11월부터 대한민국 국민도 영국 방문 시 전자여행허가(ETA) 신청이 필요합니다. 영국 정부 공식 웹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하며, 승인까지 최대 3일이 걸릴 수 있으니 출발 전 미리 준비하세요.
✔ 환전 & 카드 준비
영국에서는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마스터카드 또는 비자) 가 필수입니다. 단, 일부 소규모 상점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도 있으니 소액(20~50파운드) 정도는 환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 날씨 체크 & 옷차림
영국은 날씨가 변덕스러워 하루에도 여러 번 비가 내릴 수 있습니다.
- 봄(3~5월): 일교차가 크므로 가벼운 점퍼나 트렌치코트 필수
- 여름(6~8월): 비교적 따뜻하지만 밤에는 쌀쌀하므로 얇은 겉옷 준비
- 가을(9~11월): 비가 자주 오고 바람이 강함. 방수 기능이 있는 재킷 추천
- 겨울(12~2월): 한국보다 덜 춥지만 습한 추위가 느껴짐. 머플러, 장갑 준비
전압 & 멀티 어댑터 필수
영국의 전압은 230V, 50Hz이며 콘센트는 BF형(세 개의 평평한 핀) 을 사용합니다. 한국 전자기기를 사용하려면 멀티 어댑터와 돼지코 변환 플러그가 필요합니다.
인터넷 & 유심칩 또는 eSIM 사용
영국에서는 유심칩(SIM) 또는 eSIM을 미리 구매해 가는 것이 가장 저렴합니다.
- 추천 통신사: EE, Vodafone, Three (영국 내 사용 가능)
- 한국에서 미리 구매: 쿠팡, 네이버, 아마존 등에서 eSIM 구매 가능
런던 대중교통 이용 – 오이스터 카드 필수
런던에서는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를 사용하면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히드로 공항에서 지하철(피카딜리 라인) 이용 시 5.60파운드
- 1일 무제한 이용 시 약 7.70~14.90파운드 (지역에 따라 다름)
2. 콘월 & 런던에서 주의할 점 🚨
1) 콘월에서는 반드시 렌터카 이용 추천!
- 콘월은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렌터카 이용이 필수적입니다.
- 영국은 좌측 통행을 하기 때문에 운전에 익숙하지 않다면 기차 + 택시 이용을 고려하세요.
2) 런던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 옥스퍼드 스트리트, 코벤트 가든, 런던 아이 주변 등 관광지가 혼잡합니다.
- 가방은 크로스백으로 메고, 지퍼가 있는 디자인 추천!
-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때는 양손으로 잡고 사용하세요.
3) 런던에서 택시 대신 우버(Uber) 이용하기
- 런던의 블랙캡(택시)은 기본요금이 비싸므로 우버(Uber)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 지하철 막차(자정~새벽 1시)가 끊긴 후에는 우버가 가장 안전한 이동 방법입니다.
4) 영국 레스토랑 팁 문화 & 계산법
- 런던 레스토랑에서는 서비스 요금(12.5%)이 자동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별도의 팁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서비스가 좋았을 경우 추가로 5~10% 정도 팁을 남길 수도 있음.
어바웃 타임(About Time), 시간 속으로 – 영국 콘월과 런던, 영화 촬영지를 걷다
콘월의 바닷가에서 발을 적시던 그날 저녁, 저는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붉은빛과 주황빛이 뒤섞인 하늘이 바다 위로 부드럽게 번져나갔고,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팀과 그의 아버지는 바닷가를 함께 걸었고, 저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조용히 발끝을 적시는 파도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여행을 통해 저는 단순히 영화 촬영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런던에서 Dans Le Noir?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은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팀과 메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의 식사는 오히려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레스토랑을 나와 템스강을 따라 산책하던 밤, 길거리 연주자가 부드러운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었고, 따뜻한 조명이 거리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살짝 서늘했지만,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거리를 걸으니 영화 속 한 장면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바웃 타임은 결국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는 영화입니다. 저는 몬트로즈 하우스에서 바라본 노을, 런던의 밤공기, 그리고 팀과 메리가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특별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런던의 밤을 걷고, 콘월의 바닷가에서 조용히 파도를 감상하는 것. 그리고 아주 사소한 순간들까지도 깊이 음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바웃 타임이 가르쳐 준 인생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곳에서 느꼈던 공기, 햇살, 그리고 따뜻한 순간들은 제 기억 속에서 영원히 머무를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주어진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바웃 타임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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