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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Oppenheimer),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캘리포니아 버클리 촬영지를 가다

by insightaction3 2025.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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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썸네일

 

1. 오펜하이머를 걷다 – 뉴멕시코 사막의 침묵과 버클리의 회색 빛 기억 (오펜하이머 촬영지, 로스앨러모스 여행, 버클리 감성기행)

로스앨러모스의 적막 위를 걷다 – 세상을 바꾼 침묵의 장면

10월, 저는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를 찾았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선이 겹치는 곳, 바로 세상을 바꾼 폭탄 실험이 이루어진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흔적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이른 아침, 10월의 뉴멕시코 하늘은 맑고 투명했습니다.
사막 특유의 선선함과 건조한 공기가 섞인 그 공기는, 스크린 너머의 정적과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의 입구는 일반인에겐 제한 구역이지만, Bradbury Science Museum과 Los Alamos History Museum에서는 당시의 역사와 풍경을 비교적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건조하게 바스락였고, 땅 위엔 작은 모래먼지들이 춤을 추듯 흩어졌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잠시 눈을 감고, 오펜하이머가 처음 이곳을 둘러보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신이 되려 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이해하려 했을 뿐이다."


그 대사는 영화 속이 아니라, 실제 그 풍경을 마주한 뒤에야 온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현장에는 그 시대의 흔적들이 조용히 남아 있습니다.
붉게 바랜 도로 표지판, 낡은 사무실 창틀, 그리고 한쪽 벽에 붙어 있던 물리학자들의 단체 사진은 마치 멈춰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발자국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결정이 만든 결과는 공기 중에 남아 있었습니다.

 

 

버클리의 회색빛 골목에서 다시 만난 청춘의 파편

로스앨러모스와는 전혀 다른 공기였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도착한 것은 10월 중순, 늦은 오후였습니다.
하늘은 흐렸고, 바람은 조금 축축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날씨가 오히려 이 도시에 어울렸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젊은 시절의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UC 버클리 강단에 서 있었습니다.
캠퍼스 내의 Le Conte Hall은 실제 그가 강의하던 건물로, 지금도 물리학과가 사용 중입니다.
저는 그곳 계단에 앉아있던 장면을 떠올리며, 똑같은 각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기억이 공명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Sather Gate 아래를 지나갈 때, 그 문장처럼 머릿속에 되뇌게 됩니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 그것은 먼저 자기 자신을 부수는 일이다."


버클리는 그 시작점이었습니다.
책과 이념, 토론과 침묵, 그 모든 것이 얽히던 캠퍼스의 골목에서 저는 영화의 또 다른 감정을 마주했습니다.

 

2. 영화의 장면이 된 도시들, 여행 정보

 

로스앨러모스와 버클리는 단순한 도시가 아닙니다.
그들은 ‘생각’이 쌓인 곳이며, 그 생각이 역사가 되어 기록된 장소입니다.
그래서 이 여정을 준비하며 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야기가 담긴 장소를 읽는 준비를 했습니다.

챙긴 소품 중 특히 유용했던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손으로 쓰는 노트와 만년필입니다. 영상보다 글로 기억을 정리하는 것이 감정을 더 깊게 각인시켜주었습니다.
둘째, 넓은 챙의 모자와 선글라스. 뉴멕시코의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함입니다.
셋째, 버클리에서는 필름카메라. 아날로그 감성이 이 도시에 더 어울립니다.

 

실전 여행 정보 – 가장 현실적인 경로와 최신 비용

구간 교통수단 소요 시간 평균 비용
인천 > LA or 덴버 직항 항공 약 11~12시간 약 100~130만원
LA/덴버 > 앨버커키 국내선 약 1.5시간 약 20~30만원
앨버커키 > 로스앨러모스 렌터카 약 2시간 1일 약 80~100달러
앨버커키 > 샌프란시스코 국내선 약 2시간 약 20~30만원
샌프란시스코 > 버클리 BART 열차 약 1시간 약 10달러

 

여행 최적기: 10월 초~중순. 날씨 안정적이고 단풍 시작.
렌터카 유의사항: 국제운전면허증 필수. 제한속도 낮은 구간 많음.
버클리 이동: 대중교통(BART) 발달되어 있어 차량 없이도 충분합니다.

 

유의사항 – 꼭 확인하셔야 할 포인트

  •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내부는 출입 제한. 박물관 위주 관람 가능
  • 버클리 캠퍼스는 대부분 개방되어 있으나 수업 중 건물 출입은 제한될 수 있음
  • 뉴멕시코 지역은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차량 필수
  • 기후가 건조하므로 보습제, 생수 휴대 필수
  • 출발 전 구글 리뷰 / 공식 홈페이지로 실시간 정보 반드시 확인

 

3. 로스앨러모스의 조용한 공기 속에서 만난 따뜻한 식탁들

1) Blue Window Bistro – 로스앨러모스의 ‘방정식 사이’ 한 끼

주소: 1789 Central Ave, Los Alamos, NM 87544
가는 방법: Los Alamos History Museum에서 도보 3분
추천 메뉴: Southwestern Chicken Pasta, Green Chile Burger, House Sangria

 

이곳은 영화 속 오펜하이머가 브리핑을 끝내고 홀로 앉았을 법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한 남성이 과학 교재에 형광펜을 그으며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현재로 소환해온 듯했습니다.
벽에는 로컬 아티스트의 그림이 걸려 있고,
바로 그 아래서 서서히 식어가는 파스타 한 그릇을 바라보며 저는 조용히 생각했습니다.

"계산이 끝난 다음에도, 사람은 감정이라는 해답 앞에 멈추게 된다."

매장은 작지만 따뜻하고 조용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뉴멕시코 하늘은 바람조차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식사의 온도를 지켜주는 듯했습니다.
여행 중, 햇빛보다 더 부드러운 순간을 마주하고 싶다면 이곳을 권합니다.

 

 

2) Rose Chocolatier – 조용한 과학 도시에서 만난 감성 디저트

주소: 149 Central Park Square, Los Alamos, NM 87544
가는 방법: 로스앨러모스 다운타운 중심지, 도보 이동 가능
추천 메뉴: 핸드메이드 트러플 초콜릿, 라벤더 캐러멜, 따뜻한 다크핫초코

 

이 디저트 가게는 전형적인 과학 도시 한복판에서 찾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졌습니다.
작은 실험실 같기도 한 주방에서 한 조각씩 만들어지는 초콜릿은
‘정밀함’과 ‘감성’의 균형을 말 없이 증명해줍니다.

사막의 공기 속에서 맛보는 따뜻한 다크 초콜릿은,
《오펜하이머》 속 인간적인 장면들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가령, 수치로는 측정할 수 없는 두려움이나 연민 같은 감정 말입니다.

"우리는 수치를 통해 세상을 설명하려 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단 한 모금의 따뜻한 초콜릿처럼 예측 불가능했습니다."

 

버클리, 그 도시의 쓴맛과 단맛 사이에서

3) The Cheese Board Collective – 혁신의 도시에서 마주한 느린 피자

 

주소: 1512 Shattuck Ave, Berkeley, CA 94709
가는 방법: BART Downtown Berkeley역 하차 후 도보 10분
추천 메뉴: Daily Pizza Slice, Garlic Oil Bread, 레몬 진저 소다

 

UC 버클리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수학과 철학, 정치가 동시에 섞인 버클리라는 도시의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하루에 단 한 가지 피자만을 만들고, 그 피자를 모두가 나눠 먹습니다.
이곳의 공동 운영 시스템은 마치 한때 오펜하이머가 꿈꿨던
‘집단 지성의 실험실’을 상기시킵니다.

점심 무렵, 대학생들과 노교수가 함께 줄을 서 있는 풍경은,
시간이 그곳만큼은 멈춘 듯한 인상을 줍니다.
손에 든 한 조각의 피자는 고작 몇 분 안에 사라지지만,
그 순간의 대화와 표정은 오래 기억 속에 남습니다.

 

 

4) 1951 Coffee Company – 피난처 같은 공간에서 커피 한 모금

주소: 2410 Channing Way, Berkeley, CA 94704
가는 방법: UC Berkeley 캠퍼스 남문 도보 5분
추천 메뉴: Cold Brew, 바닐라 라떼, Syrian Cardamom Espresso

 

이 카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전 세계 난민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커피 한 잔에 담겨 나오는 ‘사회적 가치’를 가진 카페입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보면, UC 버클리 학생들이 읽고 있는 두꺼운 책들과
외부 세계를 경험해 온 바리스타의 손길이 교차됩니다.
커피를 마시며 문득 떠오른 것은 영화 속 오펜하이머의 눈빛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복잡한 세계를 이해한 사람이지만, 가장 단순한 감정에 무너질 수 있는 사람.”

그런 복잡함과 단순함이 이 커피숍에도 스며 있습니다.
바쁜 여행자라면 잠시 이곳에서 천천히 자신을 꺼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5) Lavender Bakery & Cafe – 버클리의 라일락빛 오후

주소: 1820 Solano Ave, Berkeley, CA 94707
가는 방법: 버클리 노스 쪽 Solano Avenue 버스 정류장 인근
추천 메뉴: 블루베리 라벤더 케이크, 얼그레이 밀크티, 솔티드 허니 파운드

 

이곳은 오펜하이머 영화의 한 장면,
즉 모든 폭풍이 지나간 후의 ‘조용한 사색의 공간’을 연상케 합니다.
나무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
그리고 케이크 위 라벤더 꽃잎 한 장은,
누군가의 고요한 내면을 다독이는 듯합니다.

제가 이곳을 찾은 날, 맞은편 자리에는 한 할머니가
《A Brief History of Time》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영화에서 오펜하이머가 젊은 과학자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존재를 되새기던 장면과 겹쳐졌습니다.

 

감정이 배어 있는 식탁, 계산되지 않는 순간

이 두 도시는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담은 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말없는 순간들’을 간직한 곳입니다.
그리고 음식과 커피, 디저트는 그런 순간들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해주는 감각적인 매개입니다.

여행이란 결국,
‘계산되지 않는 기억의 조각’을 차곡차곡 담는 일입니다.
오펜하이머가 남긴 명대사처럼 말입니다.

“The most important thing we do, is make a decision. And then live with it.”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껴안는 것이다.”

로스앨러모스와 버클리, 그리고 그 안의 조용한 식탁들이
당신의 결정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4. 오펜하이머를 따라 걷다 – 사막과 회색 도시가 남긴 한 문장

침묵이 남긴 방정식, 로스앨러모스를 걷다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이제 나는 죽음이 되었다.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뉴멕시코의 로스앨러모스는, 바람이 말을 아끼는 도시였습니다.
사막 위로 드리워진 긴 그림자 사이, 저는 오펜하이머가 걸었을 법한 모래길을 천천히 따라갔습니다.
브래드버리 과학 박물관의 전시실 한쪽에서 본 낡은 사진 한 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중앙엔 그의 얼굴이 있었고, 주위의 사람들은 묘하게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계를 바꾸는 계산을 하고 있었고, 저는 그들이 그린 방정식의 바닥을 걷고 있었습니다.
햇살은 강했지만 감정은 차가웠습니다.
그 이중적인 공기가, 영화의 클로즈업처럼 내 마음을 압박했습니다.

 

 

회색 도시의 문 앞에서, 청춘은 질문을 남긴다

"It’s not a weapon until you use it."
“그건 사용할 때까지는 무기가 아니야.”

며칠 뒤 버클리에서는 완전히 다른 정서를 마주했습니다.
캠퍼스 한가운데에서 찍은 영화 속 장면은 현실과 겹쳐지기 시작했고,
학생들이 지나가는 Sather Gate 앞에서 저는 잠시 멈춰 섰습니다.
그 문을 지나던 젊은 오펜하이머는 ‘지식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었고,
지금의 우리는 ‘그 지식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를 되묻고 있는 듯했습니다.
제가 앉았던 카페 테라스 옆에서는 누군가 물리학 개론서를 읽고 있었고,
종이 넘기는 소리마저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정적을 가르며 들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영화 속 장면보다 더 현실적인 한 컷을 만들어냈습니다.
버클리의 커피는 쓴맛보다 그날의 공기와 어울리는 회색빛의 감정을 남겼습니다.

 

 

질문을 다시 꺼내는 여행, 그 끝에서 만난 문장

"They won’t fear it until they understand it. And they won’t understand it until they’ve used it."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용하기 전까지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이 여행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은 단순합니다.
장소는 감정의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들은 삶의 어떤 구절이 됩니다.
<오펜하이머>라는 영화는 역사와 인간의 깊이를 탐색한 작품이었고,
그 촬영지를 따라간 여정은 결국 제 안의 질문을 다시 꺼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질문 끝에서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다시 읽는 일이자,
그 안에서 내 마음을 다시 조용히 번역해보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오펜하이머>를 진심으로 보았다면,
로스앨러모스의 침묵과 버클리의 회색 빛 그림자를 꼭 한 번 걷기를 권해드립니다.
그곳에는 아직 말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그리고 당신만의 감정이 깃들 수 있는 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달리면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의 가벼운말에 넘어진다고해도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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