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4,200km의 길 위에서
"나는 나를 구할 것이다.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으니까."
영화 와일드(Wild) 속에서 셰릴 스트레이드는 인생의 위기 속에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을 걷기로 결심합니다.
무려 4,200km에 이르는 미국 서부의 장거리 트레일을 홀로 걸으며, 그녀는 과거와 마주하고, 자연과 싸우고, 결국 자신의 내면과 화해하게 됩니다.
나는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이 길을 걸었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더 깊어지는 나와의 대화.
내가 도착한 시기는 9월 말이었습니다.
늦여름의 더위가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
하늘은 맑았고, 강렬한 태양 아래 나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습니다.
긴 여정을 시작하는데 더없이 완벽한 날씨였습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혼자 길을 걷는 셰릴의 불안한 눈빛,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흐느끼던 순간,
그리고 발바닥이 부르트고, 어깨가 짓눌릴 것 같은 무거운 배낭을 끌어안고 끝없이 이어진 길을 바라보던 그 순간들.
하지만 그녀처럼 나 역시 이 길 위에서 깨달았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나 자신과 대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가는방법:
- 서울(인천) > 미국 서부(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포틀랜드)를 갈 때는 인천국제공항(ICN)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 제1터미널(T1)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 인천(ICN) > 로스앤젤레스(LAX) 직항 (약 11~12시간) 항공편을 이용하세요.
- 로스앤젤레스(LAX)에 도착해서 남부 캘리포니아(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남쪽 입구) 트레일 입구를 이용하면 됩니다.미국 도착 후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이동 방법1) PCT 남쪽 시작점: 샌디에이고 > 캘리포니아 남단 (Campo, CA) 샌디에이고에서 남쪽 멕시코 국경 인근 캄포(Campo, CA)까지 이동합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총 4,200km 길이로, 출발하는 위치에 따라 이동 방법이 달라집니다. 자신의 일정과 체력에 맞춰 출발 지점을 결정해야 합니다. 샌디에이고 공항(SAN) > 트레일 엔젤(Trail Angel) 셔틀 이용하시면 됩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곳입니다.출발 전 비자, 허가증, 장비, 날씨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전 충분한 정보를 정리 후 여행을 떠나셔야합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길 위에서의 하루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미국 서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장거리 트레일입니다.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을 지나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입니다.
나의 여정은 영화 속 셰릴이 시작했던 모하비 사막 부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가웠고, 해가 떠오르며 길게 드리운 선인장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등 뒤로 배낭을 멘 순간, 무게가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가볍게 꾸렸다고 해도 15kg이 넘는 배낭은 결코 가벼울 수 없었습니다.
걷기 시작하자, 발바닥에서 열이 올라오는 게 느껴지더니
한 걸음씩 땅을 밟을 때마다 신발 속에서 발가락이 쓸리는 느낌이 오더군요.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고, 건조한 공기 속에서 목이 빠르게 말랐습니다.
그래도도 멈출 수가 없더라구요요.
길은 끝없이 이어졌으며, 나는 내 안의 내면과 모든 생각들이 마주하고 있었어요.
점심이 가까워지자 작은 신기루같은 오아시스 공간을 발견했지요.
거기에는 이미 몇몇 트레커들이 쉬고 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어요요.
"Where are you from?"
"I'm from Seoul, South Korea."
그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PCT는 미국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길을 걷기 위해 왔다고 하니, 그들은 더욱 신기해하는 듯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앉아 바위 위에 펼쳐놓은 간단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견과류, 말린 과일, 그리고 작은 에너지바 하나.
평소라면 아무 맛도 없는 간식이었겠지만, 땀을 흘린 후에 먹는 이 음식은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도 깊은 풍미를 느끼게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단순해집니다.
먹는 것, 걷는 것, 쉬는 것.
그것만으로 하루가 채워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집니다.
와일드 속 그 장소를 직접 걷다
1) 모하비 사막 – 끝없이 펼쳐진 길 위에서
영화 속에서 셰릴이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이 바로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입니다.
거칠고 메마른 땅,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이곳을 직접 걸어보니, 영화 속 장면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강렬하게 내리쬐었고, 바람은 뜨거웠으며, 발끝으로 닿는 모래는 따갑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영화 속 장면처럼 신발이 망가지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오랜 시간 걸으면 신발 밑창이 닳아 떨어지고, 발가락이 눌려 물집이 생기곤 합니다.
이때 셰릴이 신발을 벗어 사막 한가운데 내던진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신발을 버릴 수 없었지만, 그녀의 그 감정이 어떤 것이었을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 크레이터 레이크 – 호수 위에서 마주한 감정
오리건 주에 위치한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는 PCT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입니다.
영화 속에서 셰릴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망설임 없이 호수 속으로 뛰어듭니다.
나는 이곳에서 한참을 앉아 호수를 바라보았습니다.
햇빛이 물 위에서 반짝였고, 고요한 호수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잔잔했습니다.
셰릴이 이곳에서 모든 것을 씻어내듯 나 역시 이 호수를 바라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와일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맛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을 걷는 동안, 음식이란 단순한 끼니가 아니었습니다.
길 위에서는 한 조각의 빵이, 한 모금의 커피가, 한 입의 따뜻한 수프가 온몸을 감싸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마을로 들어서고, 문을 열고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진한 커피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갓 구운 빵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을 바라보는 순간,
지친 발을 테이블 아래 숨기고, 달콤한 시나몬 롤을 베어 무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영화 속 셰릴이 길 위에서 마주했던 감정과 그대로 겹쳐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길 위에서 만난 맛을 통해, 이 길이 내게 남긴 것들을 천천히 곱씹어 보았습니다.
1. 케네디 메도우즈 제너럴 스토어 – 트레일 속 작은 쉼터
위치: 96740 Beach Meadow Rd, Inyokern, CA 93527
가는방법:
-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약 4시간
-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700마일(약 1,126km) 지점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걷는다면, 누구든 반드시 한 번은 이곳을 지나게 됩니다.
영화 속 셰릴도 처음으로 트레일러들과 마주했던 곳,
다른 하이커들이 먼저 도착해 햇볕 아래 앉아 수프를 마시고 있던 곳,
그리고 그녀가 생애 첫 ‘진짜’ 트레일러로 인정받던 곳이었습니다.
아침이 밝아올 무렵,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쪽에서는 따뜻한 커피가 끓고 있었고,
공기 속에는 바싹 구워진 베이컨 냄새가 은은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카운터에 서 있던 주인이 반갑게 물었습니다.
"Where are you from? "
저는 순간 영화 속 셰릴처럼 대답했습니다.
" I'm from Seoul, South Korea. "
이곳에서는 누구든 자연스럽게 함께 앉아 음식을 나눕니다.
저는 아침 메뉴로 비스킷과 그레이비(Biscuits & Gravy)를 주문했습니다.
폭신한 비스킷 위에 크리미한 소스를 듬뿍 얹은 음식이었는데,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버터의 고소함과 짭짤한 소스의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며칠 동안 건조한 길을 걸으며 먹었던 딱딱한 에너지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그리고 커피 한 잔.
거친 원두가루가 남아 있는 투박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천천히 한 모금 마셨습니다.
뜨거운 커피가 목을 타고 흐르는 순간,
걷고 또 걸어온 지난 며칠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아침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셰릴이 이곳에서 처음으로 트레일러들과 어울렸듯,
저도 어느새 옆자리의 낯선 하이커와 함께 오늘 걸을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2. 엠티 컵 커피 하우스 – 오리건 숲속의 고요한 쉼터
위치: 1515 Adams Ave, La Grande, OR 97850
가는방법:
-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오리건 구간 (약 2,100km 지점)
- 포틀랜드에서 차로 약 4시간 거리
오리건의 숲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아침 안개가 낮게 깔리고, 공기는 한층 차가워집니다.
영화 속에서 셰릴이 이 길을 걸으며 울고 웃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던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길 끝에서, 저는 조용한 작은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이름은 엠티 컵 커피 하우스(Empty Cup Coffee House).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나무 향과 커피 볶는 냄새가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창가 자리에는 누군가 오래 앉아있던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벽에는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과 오래된 책들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오리건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뜨거운 물이 원두 위로 천천히 스며드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깊고 진한 맛이 입안에 퍼지며, 마지막엔 스모키한 향이 은은하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곁들인 홈메이드 시나몬 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반죽,
달콤한 시나몬 슈거와 크림치즈가 어우러져 한 입 먹는 순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영화 속 셰릴도, 이 길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았듯이
저도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3. 크레이터 레이크 로지 – 깊은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와인 한 잔
위치: 565 Rim Dr, Crater Lake, OR 97604
가는방법:
-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따라 크레이터 레이크에 도착
- 포틀랜드에서 차로 약 5시간 이동
크레이터 레이크는 영화 속에서 셰릴이 호숫가로 뛰어드는 장면으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씻어내듯, 푸른 물속으로 몸을 맡겼습니다.
저는 크레이터 레이크를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햇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였고, 바람은 고요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호숫가에 자리한 크레이터 레이크 로지(Crater Lake Lodge)로 들어갔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오리건산 피노 누아 와인과 구운 연어 스테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연어 스테이크의 촉촉한 속살이 부드럽게 갈라졌고,
한 입 베어 물자 허브와 레몬 버터의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니까 입안에서 부드러운 탄닌과 감칠맛이 났습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그 길 위에서 만난 음식들은 작은 위로였습니다.
와일드(Wild), 미국 서부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서 나를 만나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서 배운 것, 그리고 남겨진 것
"길 위에 있는 동안, 나는 길 위에 있는 나 자신이 좋았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길을 따라 나아가는 동안, 나는 무언가를 잃고 또 무언가를 채우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영화 속 셰릴이 그러했듯, 나 역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첫날은 배낭이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신발은 생각보다 빨리 발을 아프게 했고, 발뒤꿈치에서는 마찰로 인해 뜨거운 열감이 올라왔습니다.
사막의 공기는 건조했고, 햇볕은 거칠었으며, 몸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배낭의 무게도, 신발의 답답함도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몸이 길과 하나가 된 것처럼, 그 모든 불편함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끝없는 사막을 지나, 오리건의 짙은 숲으로 들어설 때쯤 나는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두려웠던 그 길이 이제는 나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걷는 동안 머릿속은 점점 가벼워졌고, 발밑으로 이어지는 길은 더 이상 끝없는 도전이 아니라, 나를 이끄는 방향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하비 사막 – 외로움 속에서 자유를 찾다
영화 속 셰릴이 처음 마주한 곳, 그리고 나도 가장 두려웠던 구간,
모하비 사막은 끝없는 황토빛 모래와 선인장들로 가득한, 고요하고도 거대한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을 걸을 때, 나는 나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기댈 것이 없음을 실감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걷다 보면, 사람은 자신을 속일 수 없지요.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내 안의 불안과 외로움이 하나둘 표면으로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여행이 우리를 치유해준다고 말하지만, 사실 여행은 상처를 꺼내 보게 만듭니다.
이곳에서 나는 내가 숨기고 있던 감정들을 마주했습니다.
셰릴이 사막 한가운데서 신발을 내던지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지쳤고, 모든 것이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일어나 신발을 찾아 신고 걸었고,
그녀가 그러했듯, 나도 다시 걸을 수밖에 없었어요.
바람이 불어와 모래를 휘감았습니다.
그 바람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며 말하는 듯했습니다.
"계속 걸어."
크레이터 레이크 – 내면을 비추는 푸른 거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침내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은 오리건 주의 심장부에 자리한 깊고 푸른 호수로, 수천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영화 속에서 셰릴이 호숫가에 서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기억합니다.
그녀는 지난날의 아픔을 씻어내듯, 푸른 물결 속으로 몸을 맡겼습니다.
나는 호수 앞에 앉아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바닥이 그대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햇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며 작은 물결을 만들어냈고, 주변의 나무들은 고요히 그 빛을 반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고통스러웠던 순간, 외로웠던 순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왔던 순간들.
크레이터 레이크의 잔잔한 물결 속에 내 감정들이 천천히 가라앉는 듯했어요.
나는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물속에 발을 담갔습니다.
차가운 물이 발끝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전해져 왔습니다.
그 순간, 마치 몸 안의 뜨거운 감정들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 같았고,
영화 속 셰릴이 그랬듯, 나도 이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 내게 남긴 것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걸으며 나는 깨달았죠.
이 길은 그저 발로 딛고 지나가는 등산로가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나 자신과 끝없이 대화하는 공간이었고,
흩어진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이었으며,
넘어졌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처음엔 어깨를 짓누르기만 했던 배낭도,
어느 순간 내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워졌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쓰라리던 발도,
조금씩 단단해져가며 길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이 길도,
어느새 나를 감싸 안으며 조용히 말을 걸어왔습니다.
셰릴이 이 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느꼈던 자유와 해방감,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
그것은 어쩌면, 이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이 결국 마주하게 되는 선물이 아닐까!
나 역시 이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어요.
나는 이 길에서 배웠습니다.
사람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면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그곳에서 나는 나를 만났죠.
그리고 나는 다시 걸을 것입니다.
나는 나를 구할 것이다.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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