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같은 도시, 브뤼헤에 도착하다
브뤼헤.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에 위치한 이 도시는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인브뤼헤(In Bruges, 2008) 속에서는 이곳이 "지옥"과도 같은 공간이었죠.
콜린 파렐이 연기한 레이의 눈에는 브뤼헤가 따분하고 답답한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을 찾으면 알게 됩니다.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과 깊이를 품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요.
제가 브뤼헤를 찾은 건 9월의 어느 가을 날이었습니다. 벨기에의 초가을은 완벽한 여행 시기였습니다. 너무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 공기는 서늘했지만 따뜻한 햇살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고, 운하를 따라 걸을 때마다 물에 반사되는 햇빛이 마치 황금빛처럼 빛났습니다.
영화 속에서 레이와 켄(브렌던 글리슨)이 그렇게나 걸어 다녔던 그 돌바닥 위를 나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인브뤼헤의 촬영지를 따라 걷는 방법부터 브뤼헤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까지, 마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2. 브뤼헤 여행 실전 정보 – 언제, 어떻게 가면 좋을까?
인천공항(ICN)에서 벨기에 브뤼헤(Bruges) 이동 방법 및 소요 시간, 예상 비용
구분 | 경로 | 이동 수단 | 소요 시간 | 예상 비용(편도) | 비고 |
1단계: 인천 > 브뤼셀 | 인천(ICN) > 브뤼셀(BRU) | 직항 또는 경유 항공편 | 약 12~16시간 | ₩90만~ 180만 |
대한항공(직항), 에미레이트항공(두바이 경유), KLM(암스테르담 경유) |
2단계: 브뤼셀 > 브뤼헤 | 브뤼셀 공항 > 브뤼헤 기차역 | 기차 (SNCB) | 약 1시간 30분 | ₩3만~6만 | 브뤼셀 공항역(Zaventem) 출발, 브뤼셀 남역(Brussels Midi) 경유 |
3단계: 브뤼헤 기차역 > 시내 이동 | 브뤼헤 기차역 > 마르크트 광장(도심) | 버스, 택시, 도보 | 약 5~15분 | ₩2천~ 2만 |
버스(De Lijn) 이용 시 약 5분, 도보 이동 가능 |
세부 설명 및 이동 방법
1) 인천(ICN) > 벨기에 브뤼셀(BRU) 항공편
- 직항: 대한항공(KE)에서 브뤼셀 직항 운항 (약 12시간)
- 경유:
- 에미레이트항공(EK) → 두바이(DXB) 경유 (약 16시간)
- KLM(KL) → 암스테르담(AMS) 경유 후 브뤼셀 도착 (약 14시간)
- 터키항공(TK) → 이스탄불(IST) 경유 (약 14시간)
- 항공권 예약 팁:
- 3개월 전 예매 시 약 ₩90만~120만
- 성수기(7~8월, 12월)에는 ₩150만 이상 상승 가능
2) 브뤼셀 공항(BRU) > 브뤼헤(Bruges) 이동
- 기차 이용 (SNCB 벨기에 국철)
- 공항 내부 Zaventem 역에서 기차 탑승
- 브뤼셀 남역(Brussels Midi) 경유, 브뤼헤까지 이동
- 총 소요 시간: 약 1시간 30분
- 요금: 일반석 약 €20~30(₩3만~6만)
- 기차는 30분 간격으로 운행
3) 브뤼헤 기차역 > 시내 이동
- 버스 (De Lijn)
-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내행 버스 이용
- 마르크트 광장(Markt)까지 약 5분 소요
- 요금: 약 €2(₩2천~3천)
- 택시
- 브뤼헤 기차역 > 시내까지 약 10분 소요
- 요금: 약 €10~€15(₩1.5만~2만)
- 도보 이동 가능
- 브뤼헤 기차역 > 마르크트 광장까지 도보 15~20분
여행 최적기
- 봄(4~6월): 유채꽃이 핀 운하 주변이 아름다움
- 가을(9~10월): 선선한 날씨, 한적한 분위기
- 겨울(12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영화 같은 분위기
유의사항
- 도보 여행 필수: 브뤼헤는 대부분 돌바닥이므로 편한 신발 필수
- 조용한 도시: 저녁 8시 이후 상점 대부분 문을 닫음
3. 인브뤼헤 촬영지 투어 –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
1) ‘레이가 따분해했던 그 광장’ – 마르크트 광장(Markt Square)
마르크트 광장은 브뤼헤의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영화 속에서 레이가 ‘망할 도시’라며 투덜대던 곳이지만, 실제로 마주한 마르크트 광장은 압도적이었습니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벨포트 종탑(Belfry Tower)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마차가 천천히 광장을 가로질렀고, 노천 카페에서는 벨기에 맥주를 즐기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행 팁
- 벨포트 종탑 오르기: 영화 속에서 켄이 올라갔던 종탑에 직접 올라갈 수 있습니다. 366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브뤼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카페 & 맥주: 광장 근처의 카페에서 벨기에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세요.
- 야경 추천: 해 질 녘에 광장을 찾으면 낮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2) ‘운하를 따라 걸으며’ – 로젠호드카이(Rozenhoedkaai)
영화에서 레이와 켄이 브뤼헤의 아름다움을 논쟁하던 장면이 있습니다. 그들이 걸었던 그 운하, 바로 로젠호드카이(Rozenhoedkaai)입니다.
이곳은 브뤼헤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 스팟 중 하나입니다. 운하 위에 걸쳐진 작은 다리에서 바라보면, 중세풍 건물들이 물에 반사되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찾았을 때는 늦은 오후였습니다. 햇빛이 낮게 깔리면서 운하 위에 부드러운 빛이 내려앉았고, 작은 보트가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습니다. 관광객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오르간 연주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행 팁
- 운하 보트 투어: 영화 속 장면처럼 운하를 따라 보트를 타고 브뤼헤를 감상해보세요. 약 30분 동안 진행되며, 도시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사진 촬영: 이곳은 브뤼헤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3) ‘켄이 가장 좋아했던 곳’ – 미켈린 수도원(Béguinage Ten Wijngaarde)
영화에서 켄이 브뤼헤를 사랑하게 된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미켈린 수도원입니다.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습니다.
고즈넉한 정원, 나지막한 흰 건물들, 그리고 고요한 분위기.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 한적한 산책을 즐기기에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수도원 내부를 걸으면서, 켄이 왜 이곳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여행 팁
- 조용히 걸어보기: 이곳은 종교적 의미가 있는 공간이므로 조용히 걷는 것이 좋습니다.
- 아침 시간 방문 추천: 사람이 적은 시간에 방문하면 더욱 깊이 있는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4) 시간이 멈춘 호수, 사랑이 흐르는 길 – 브뤼헤 사랑의 호수를 걷다
바람이 잔잔하게 물결을 스친다. 나뭇잎이 흔들릴 때마다 호수 위에는 작은 물결이 피어오르고, 햇살은 그 위로 부서져 반짝입니다. 벨기에 브뤼헤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곳. '미네워터파크(Minnewater Park)', 사랑의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감성이 느껴집니다. 'Minnewater', 네덜란드어로 ‘사랑의 호수’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브뤼헤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 중 하나입니다.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걸으며 나누는 대화, 백조들이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노니는 모습.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온하고, 감미롭습니다.
첫 걸음, 숲길을 따라 사랑의 호수로
호수로 향하는 길은 이미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초록빛 터널 같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낡은 벤치 하나가 길가에 놓여 있었습니다. 발 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이곳의 공기는 무겁지 않습니다. 깊고 풍부한 산뜻함이 코끝을 감싸며 브뤼헤의 오래된 이야기들을 속삭이는 듯합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보입니다.
잔잔한 호수 위로 햇살이 춤추고 있고, 작은 다리가 호수를 가로지릅니다. 사랑의 다리. 이 다리를 건너는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고 합니다.
나는 순간 망설였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나도 이곳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호수 위를 흐르는 바람, 그리고 백조들
사랑의 호수는 단순한 풍경이 아닙니다.
물은 조용히 흐르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고요한 듯하지만 살아있는 공간. 그 위로 백조들이 떠다닙니다. 천천히, 우아하게.
브뤼헤 사람들은 백조를 ‘운명의 새’라고 부릅니다. 사랑의 호수를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이 백조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누구나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살짝 몸을 숙여 손을 담가 봅니다. 차갑지만 기분 좋은 온기. 내 손끝을 스치는 물결이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사랑을 전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해 질 무렵, 사랑의 호수에 스며든 빛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의 호수는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해가 천천히 기울어질 때, 호수 위로 황금빛이 내립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호수에 닿으며 붉게 물든다. 한 폭의 그림처럼, 모든 것이 정적이지만 강렬합니다.
다리를 건너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호수를 바라봅니다.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지만, 사랑의 호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기억하고, 또 다른 여행자를 맞이하겠죠!
사랑의 호수에서 더 즐길 수 있는 것들
- 미네워터 다리(Minnewater Bridge) – 이곳을 연인과 함께 건너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 백조의 정원(Swan Garden) – 호수 근처 잔디밭에서 백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 호수 주변 카페 – 조용한 카페에서 따뜻한 벨기에 초콜릿 한 잔과 함께 호수를 감상해보세요.
4. 인브뤼헤의 도시, 브뤼헤를 거닐다 – 영화 속 그 길을 따라가는 미식 여행
브뤼헤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이 도시는 중세 유럽의 숨결을 간직한 미식의 성지입니다. 돌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고,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벨기에 특유의 깊고 진한 향이 공기 중에 떠다닙니다.
콜린 파렐이 연기한 레이가 인브루즈(In Bruges, 2008) 속에서 이곳을 지루하고 답답한 곳이라고 투덜댔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한입의 초콜릿, 한 모금의 맥주, 한 조각의 와플이 입 안에서 녹아내릴 때, 브뤼헤는 지루한 도시가 아닌 "맛의 유산이 살아 숨 쉬는 곳"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인브루즈의 촬영지를 따라 걸으며, 브뤼헤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맛집, 카페, 그리고 디저트 가게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브뤼헤의 아침 – 벨기에식 브런치를 즐기다
1) ‘운하가 보이는 감성 카페’ – Le Pain Quotidien
위치: Simon Stevinplein 15, 8000 Brugge, Belgium
가는 방법: 마르크트 광장에서 도보 5분
영화 속 레이가 심심하다는 듯 걷던 거리. 그곳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카페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그중에서도 Le Pain Quotidien(르 팽 코티디앙)은 브뤼헤에서 가장 분위기 있는 브런치 카페 중 하나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나무 인테리어와 커다란 창문이 반깁니다.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면, 유유히 흐르는 운하와 브뤼헤의 고풍스러운 거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추천 메뉴
- 벨기에식 스크램블 에그 – 크리미한 스크램블 에그와 크루아상을 곁들인 클래식한 브런치
- 프렌치 토스트 – 신선한 베리와 메이플 시럽이 올라간 달콤한 아침 메뉴
- 벨기에 핫초코 – 깊고 진한 초콜릿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벨기에식 핫초코
인브뤼헤 촬영지에서 즐기는 벨기에 와플과 초콜릿
2) ‘전통 벨기에 와플의 성지’ – Chez Albert
위치: Breidelstraat 16, 8000 Brugge, Belgium
가는 방법: 마르크트 광장에서 도보 2분
마르크트 광장을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퍼져옵니다. 그 향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와플 가게 Chez Albert(셰 알베르)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벨기에 전통 리에주 와플(Liège Waffle)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일반적인 브뤼셀 와플보다 더 쫄깃하고, 설탕이 반죽 속에 녹아내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추천 메뉴
- 오리지널 리에주 와플 – 설탕이 카라멜화된 바삭한 식감의 대표 메뉴
- 딸기 & 휘핑크림 와플 – 신선한 딸기와 부드러운 크림이 더해진 달콤한 조합
- 누텔라 와플 – 진한 초콜릿과 바삭한 와플이 어우러지는 완벽한 디저트
3) ‘브뤼헤에서 가장 유명한 초콜릿 가게’ – The Chocolate Line
위치: Simon Stevinplein 19, 8000 Brugge, Belgium
가는 방법: 마르크트 광장에서 도보 5분
브뤼헤는 초콜릿의 도시입니다. 이곳에서는 장인들이 만든 수제 초콜릿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The Chocolate Line(더 초콜릿 라인)은 브뤼헤에서 가장 유명한 초콜릿 가게입니다.
이곳의 초콜릿은 단순한 간식이 아닙니다. 초콜릿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트러플 초콜릿부터 바다소금이 들어간 독특한 맛까지, 다양한 종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추천 메뉴
- 다크 초콜릿 트러플 – 깊고 진한 다크 초콜릿의 풍미
- 프랄린 초콜릿 – 바삭한 견과류와 초콜릿의 조화
- 바다소금 초콜릿 – 짭짤한 감칠맛이 더해진 독특한 맛
5. 인브뤼헤의 도시, 브뤼헤를 거닐다 – 영화 속 그 길을 따라가는 여행
브뤼헤, 아름다운 지옥인가 천국인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도대체 뭘 하라는 거야?"
콜린 파렐이 연기한 레이의 첫 마디가 떠오릅니다. 그는 브뤼헤에 도착하자마자 불만을 터뜨립니다. 마치 중세 유럽에 갇힌 듯한 이 도시가 따분하고, 답답하고, 숨 막힌다고 느꼈겠지요.
하지만 켄은 다릅니다. 그는 브뤼헤를 사랑합니다. “이곳은 동화 속 마을 같잖아.”
그리고 저는 여행을 하며 두 사람의 시선을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첫인상은 어딘가 낯설고 고요한 도시였지만, 천천히 걸으며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수록 이곳은 더 이상 따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운하를 따라 바람이 불어오고, 오래된 돌길 위를 마차가 지나갑니다. 마르크트 광장의 벨포트 종탑이 웅장하게 서 있고, 초콜릿 가게에서는 달콤한 향이 퍼집니다. 레이처럼 이곳이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아직 제대로 걸어보지 않은 것입니다.
운하를 따라 걷다 –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브뤼헤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입니다. 자동차 소음 하나 없는 이곳에서는 발걸음 소리, 나지막한 대화, 그리고 운하를 가르는 배의 물살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영화에서 켄과 레이가 걸었던 그곳, 로젠호드카이(Rozenhoedkaai)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브뤼헤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 스팟 중 하나이며, 영화 속 장면에서도 여러 번 등장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가을이었습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운하를 비추고, 오래된 건물들이 물에 반사되어 더욱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노을이 질 무렵,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코끝에 초콜릿과 와플의 달콤한 향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레이가 이곳에서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다면, 브뤼헤가 ‘지옥 같은 곳’이 아니라 ‘낭만적인 중세 도시’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벨기에 맥주 한 잔과 함께 – 브뤼헤의 밤
"우린 이곳을 즐겨야 해. 여기가 우리의 마지막 밤일지도 모르니까."
켄이 레이를 설득하며 한 이 말처럼, 브뤼헤의 밤은 낮보다 더욱 특별합니다.
마르크트 광장 근처의 작은 펍에 앉아 벨기에 맥주를 한 잔 시켰습니다.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 수도원에서 직접 양조한 깊고 진한 맛의 맥주입니다.
첫 모금을 넘기자, 씁쓸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혀끝에 남았습니다. 레이가 이곳에서 ‘하루만 더 있다 가도 좋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아마 맥주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광장에서는 거리 음악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조명이 켜진 벨포트 종탑이 위엄 있게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레이처럼 브뤼헤를 단순한 ‘감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완벽했습니다.
브뤼헤에서 배운 것들 – 여행은 시선의 변화다
"당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돼. 여기가 아름다운 곳일 수도 있고, 지옥일 수도 있고."
브뤼헤 여행을 마치며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레이에게는 갇힌 곳처럼 느껴졌던 이 도시가, 켄에게는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여행은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달라집니다. 느리게 걷고, 맥주 한 잔을 즐기고, 운하 위를 가로지르는 바람을 느끼며 이 도시를 음미할 때, 브뤼헤는 그 어떤 곳보다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켄처럼 브뤼헤를 사랑하게 될지, 레이처럼 답답하게 느낄지는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곳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이라면 브뤼헤는 절대 잊히지 않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