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의 행성을 걷다! 스카프타펠에서의 첫 순간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아이슬란드행 비행기가 대서양을 가로질러 구름 위를 날아갈 때, 기내 창문 너머로 낮게 깔린 태양이 보였습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마치 지구가 아니라 또 다른 행성으로 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차를 렌트한 뒤, 목적지는 아이슬란드 남동쪽 스카프타펠(Skaftafell).
이곳은 영화 인터스텔라 속에서 밀러의 행성이 촬영된 곳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마다 마치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입니다.
도로를 따라 차를 달리며 창문을 내리자, 아이슬란드의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찬 공기 속에는 빙하의 습기와 화산지대 특유의 거친 흙냄새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맥 위에는 검고 하얀 얼룩이 번져 있었고, 이곳이 지구인지 다른 행성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이질적인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마치 쿠퍼와 아멜리아 박사가 밀러의 행성에 첫 발을 내디딜 때의 기분이 이런 걸까?
스카프타펠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바람이 옷깃을 세차게 휘감았습니다.
바닥은 딱딱하게 얼어 있었고, 발끝이 닿는 곳마다 작은 얼음 결정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마치 우주선 내부에서 들리는 웅웅거리는 소음 같았습니다.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트나요쿨 빙하(Vatnajökull Glacier).
그 위로 흐르는 강은 검은 화산재와 섞여 고요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차가운 빙하를 만져 보았습니다. 손끝에 닿는 얼음의 감촉이 묘하게 익숙했습니다.
마치, 밀러의 행성에서 쿠퍼가 차가운 물속을 헤치고 나아가던 그 순간처럼.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습니다.
시간이 달리 흐르는 곳, 물이 넘실대는 행성 속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남겨진 지구를 떠올렸던 그 장면처럼, 나도 이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여행 팁
- 서울에서 아이슬란드(스카프타펠, 스톡스네스) 가는 방법: 아이슬란드에서 인터스텔라 촬영지였던 스카프타펠(Skaftafell)과 스톡스네스(Stokksnes)로 가려면, 먼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ík)의 케플라비크 국제공항(KEF)으로 이동한 후, 렌터카를 이용해 남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서울(인천) > 아이슬란드(레이캬비크) 항공 정보.출발 공항: 인천국제공항(ICN) 출발 터미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 제1터미널(T1). 직항은 없으며 최소 1~2회 경유를 해야합니다. 평균 15~20시간 소요 (경유지 및 대기 시간에 따라 다름).
- 추천 항공편 경로:핀에어(Finnair) > 인천(ICN) > 헬싱키(HEL) > 레이캬비크(KEF) (약 16시간)
- KLM 네덜란드항공 > 인천(ICN) > 암스테르담(AMS) > 레이캬비크(KEF) (약 17시간)
- 터키항공(Turkish Airlines) > 인천(ICN) > 이스탄불(IST) > 레이캬비크(KEF) (약 18시간)
유의사항
아이슬란드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으므로 최소 1~2번 환승이 필요합니다.경유지에서 환승 시간이 너무 짧으면 놓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소 2~3시간 이상의 환승 시간 확보가 필요합니다.유럽 경유 시 셍겐비자 면제로 입국 심사를 거칠 수 있으며, 터키 경유 시 e-Visa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항공권 가격은 비수기(10월 130만 원대), 성수기(5월 200만 원대) 수준입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출발 전에는 평균 기온이 낮고, 체감온더는 더 낮습니다. (특히 겨울철은 -10℃ 이하) 방한복이 필수이니 기상 예보도 꼭 체크해야합니다. 아이슬란드는 환경 보호가 엄격하므로, 드론 촬영은 허가를 받고 진행해야합니다. 대부분 카드로 결재하기 때문에 (Visa, Master, Amex 사용 가능) 현금은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 스카프타펠 방문 시기: 6~9월 추천 (겨울철에는 얼음이 두껍게 덮여 이동이 어려움)
- 이동 방법: 스카프타펠 레이캬비크에서 약 330km (5시간 소요)/ 대부분 도로가 비포장도로이며 특히 남부 지역은 빙판길 위험이 크며 렌터카를 이용 시 주유소가 드물기 때문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이동해야합니다. 4WD 차량(랜드로버, 지프 등)추
- 필수 장비: 방수 등산화, 바람막이 점퍼, 장갑, 핫팩
- 유의사항: 바람이 매우 강하므로 카메라 및 삼각대를 단단히 고정해야 함
스톡스네스 – 얼음 행성에서의 고독한 순간
"사랑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측정하는 척도야."
스카프타펠에서 다시 2시간을 달려 스톡스네스(Stokksnes)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영화에서 만 박사가 머물던 얼음 행성의 배경이 된 곳으로, 다른 행성에 도착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스톡스네스 해변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내 앞에는 거대한 베스트라호른(Vestrahorn) 산이 검은 모래사장 위로 솟아 있었습니다.
하늘은 부드럽게 퍼진 회색빛으로 덮여 있었으며며, 낮게 깔린 구름이 산의 꼭대기를 조용히 감추고 있었죠.
햇빛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바다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으며며, 그 안에는 끝없이 밀려오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는 듯했어요요.
발을 내디딜 때마다 검은 모래가 가볍게 부서지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습니다.
모래 위를 얇게 덮은 바닷물이 파도에 밀려들어왔다가 조용히 스며들며, 거대한 베스트라호른 산의 실루엣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현실과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거울 속에 갇힌 듯, 선명하면서도 몽환적이었습니다.
찬 바람이 느릿하게 불어와 옷깃 사이로 스며들었습니다.
몸을 감싸는 공기는 날카로웠지만, 이상하게도 익숙한 감촉이었습니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맞아본 듯한 바람.
얼음을 머금은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고, 바닷물의 짭조름한 내음과 화산재가 스친 듯한 거친 흙냄새가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입술을 적시며 공기를 들이마셨습니다.
바람 속에는 바다의 씁쓸한 맛과 차가운 공기의 서늘함이 녹아 있었습니다.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했지만, 동시에 너무나 강렬했습니다.
내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과 바다와 모래가 함께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시간이 여기서는 다르게 흐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바람을 맞으며 쿠퍼가 블랙홀을 향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눈앞의 검은 바다는 가르강튀아처럼럼, 몸을 휘감는 바람의 감촉은 중력의 벽을 통과하는 듯한 그 느낌을 말이죠.
쿠퍼는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을 믿었고, 시간과 차원을 넘어 딸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요?
내가 느낀 것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시간이 정지된 듯한 순간 속에서도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수십 년 전 쿠퍼가 우주를 떠나며 느꼈을 감정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곳까지 흘러온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바람이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흩트렸고, 바다는 아주 작은 파동을 일으키며 검은 모래를 적셨습니다.
그 순간, 나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감각을, 이 차가운 공기의 온도를, 이곳에서의 나를…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요?
내가 느낀 것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었습니다.
고독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지구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혹은 시간이 지나 미래의 나 역시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는 확신.
바다의 반영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여행 팁
- 방문 시기: 6~9월 추천 (겨울철에는 길이 얼어 이동이 어려움)
- 이동 방법: 스톡스네스는 레이캬비크에서 약 450km (7시간 소요)
- 필수 소품: 카메라 & 삼각대 (반영 사진 촬영 필수), 방한 장비
- 유의사항: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입장료가 필요함 (약 1,500 ISK)
인터스텔라, 아이슬란드 그리고 마법 같은 한 끼
아이슬란드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이곳은 마치 우주의 조각이 지구에 내려앉은 것 같은 땅이다.
검은 화산 지형, 끝없이 펼쳐진 빙하, 황량한 사막 같은 평원과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대서양.
그리고 이곳에서 맞이하는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이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에서 쿠퍼와 그의 팀원들은 새로운 행성에서 생존을 위한 답을 찾기 위해 탐험을 떠난다.
나는 그들이 밀러의 행성에서 거대한 파도를 맞이했듯,
스카프타펠에서 얼음과 바람을 마주했고, 스톡스네스의 검은 모래사장에서 시간의 흔적을 따라 걸었다.
그 여정 속에서 마주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우주의 경계를 넘어온 듯한 특별한 순간들을 선사했다.
이제, 영화 속 우주 탐험이 끝난 뒤 마주한 한 끼처럼,span style="color: #000000;">아이슬란드에서 만난 특별한 맛과 향을 따라가 보자.
ash; 빙하를 바라보며 먹는 신선한 해산물
위치: Hafnargata 2, Höfn, Iceland
가는 방법:
- 스카프타펠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이동
- 호픈(Höfn) 마을 중심부에 위치
호픈(Höfn)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신선한 랍스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차가운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이 작은 어촌 마을은, 겨울이면 두툼한 안개에 휩싸여 마치 가르강튀아 블랙홀 근처의 행성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찾은 레스토랑이 바로 피스카르페탕(Fiskarperlan).
밖에서 보면 단순한 목조 건물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따뜻한 노란 조명, 창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나무 테이블, 그리고 벽난로가 피워지고 있는 아늑한 공간.
주문한 요리:
- 랍스터 수프(Lobster Soup)
첫 스푼을 떠서 입에 넣자, 바닷바람을 그대로 머금은 듯한 깊은 감칠맛이 퍼졌다.
부드러운 크림과 함께 퍼지는 달콤한 랍스터 향.
나는 순간 쿠퍼가 얼음 행성에서 따뜻한 공기를 찾은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 그릴드 랭구스틴(Grilled Langoustine)
아이슬란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한 랭구스틴(작은 랍스터)을 숯불에 구운 요리.
바삭한 껍질을 벗기고 한입 베어 물자, 바다 내음과 은은한 스모키한 향이 퍼졌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스카프타펠의 빙하가 떠올랐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창밖으로 고요한 바다와 떠 있는 얼음 조각들이 보였다.
마치 밀러의 행성에서 쿠퍼가 발을 내디딘 순간처럼, 이곳의 바다는 움직이는 듯하면서도 정적이었다.
2. 브라우드&코(Brauð & Co) – 시간 여행자가 찾은 따뜻한 빵 한 조각
위치: Frakkastígur 16, Reykjavík, Iceland
가는 방법:
- 레이캬비크 도심에 위치, 걸어서 이동 가능
스톡스네스의 검은 모래사장에서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감정을 느낀 후, 레이캬비크로 돌아와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있었다.
바로 브라우드&코(Brauð & Co),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
이곳은 외관부터 독특하다.
화려한 그래피티가 뒤덮인 건물, 그리고 작은 문 앞에는 아침부터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버터와 시나몬의 달콤한 향이 공기 속에 가득했다.
주문한 메뉴:
- 시나몬 롤(Kleina)
막 구워져 나온 시나몬 롤을 손에 들었을 때, 갓 구운 빵 특유의 부드러운 탄력이 손끝에 닿았다.
한입 베어 물자, 바삭한 크러스트 속에서 따뜻한 시나몬 크림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쿠퍼가 딸 머피를 다시 만나는 순간처럼, 이 빵 한 조각이 모든 기억을 감싸 안아 주는 듯했다. - 다크 초콜릿 크루아상(Dark Chocolate Croissant)
바삭하게 구운 페이스트리 속에 깊고 진한 초콜릿이 녹아 들어 있었다.
한입 먹는 순간, 차가운 아이슬란드 바람을 맞으며 걷던 풍경들이 입안에서 퍼지는 듯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나는 여행 중 처음으로 진정한 안식을 느꼈다.
마치 쿠퍼가 블랙홀을 지나 도착한 테서랙트 공간 속에서 머피와의 순간을 회상하듯,
나도 이곳에서 아이슬란드에서의 기억을 천천히 곱씹고 있었다.
3. 발할라 카페(Valhalla Café) – 북유럽 신화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위치: Austurstræti 9, Reykjavík, Iceland
가는 방법:
- 레이캬비크 도심 내, 걸어서 이동 가능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밤, 나는 우연히 **발할라 카페(Valhalla Café)**라는 곳을 발견했다.
북유럽 신화에서 전사들이 죽음 이후 도달하는 신들의 궁전, ‘발할라’의 이름을 딴 이 카페는 마치 전사의 쉼터처럼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는 따뜻한 벽난로가 타오르고 있었다.
두꺼운 나무 테이블과 낡은 가죽 소파, 그리고 벽에는 아이슬란드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주문한 메뉴:
- 발할라 스페셜(Valkyrie’s Brew)
진한 에스프레소 위에 크리미한 우유 거품이 가득한 커피.
한 모금 마시자, 쌉싸름한 맛과 함께 은은한 허브 향이 뒤따라왔다.
바람과 눈보라를 뚫고 도착한 전사가 한숨 돌리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이런 느낌일까?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는 블랙홀을 지나 도착한 쿠퍼의 심정을 다시금 떠올렸다.
길고 험난한 여정 끝에 도착한 곳에서, 그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사랑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슬란드에서의 순간들이 영원히 남을 것임을 깨달았다.
인터스텔라,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남긴 맛의 기억
"사랑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측정하는 척도야."
이곳에서 맛본 모든 음식, 그리고 그 순간의 공기와 풍경은 단순한 여행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남을 감각이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나는 또다시 이곳에서 한 조각의 빵을 베어 물며,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여전히,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또 하나의 우주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아이슬란드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지구 속 또 하나의 우주였습니다.
스카프타펠의 빙하와 검은 화산지대, 스톡스네스의 반영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곳을 걸으며, 나는 영화 속 쿠퍼처럼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그리고 한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순간이 아니라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곳을 걸으며 영화 속 쿠퍼처럼,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터스텔라 속에서 쿠퍼는 블랙홀을 통해 딸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었고, 나는 이곳에서 몇십억 년 동안 이어진 대자연의 흔적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 스카프타펠에서의 깨달음
스카프타펠의 빙하 위에 섰을 때, 나는 오래전 밀러의 행성을 처음 발견한 쿠퍼의 심정이 이랬을까 생각했습니다.
주변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고, 얼음 위를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잔잔하게 퍼졌습니다.
빙하의 끝자락을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 거칠고도 투명한 감촉, 손끝에 전해지는 냉기.
이 얼음은 몇백 년, 아니 몇천 년을 이곳에서 버텨온 것일까.
내가 손을 대는 이 순간에도, 아주 천천히 녹아가며 시간을 쌓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문득, 쿠퍼가 자신의 딸 머피가 보내는 메시지를 듣던 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순간을 잃어버리지만, 그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서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
이 빙하 위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톡스네스에서의 바람, 그리고 남겨진 흔적
스톡스네스의 검은 모래사장을 걸을 때,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습니다.
이곳의 바람은 마치 오랜 기억처럼 가볍게 스쳐 가는 듯하면서도, 가끔은 거칠게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모래 위를 얕게 덮은 바닷물은, 마치 가르강튀아 블랙홀 앞의 우주처럼 모든 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베스트라호른 산의 실루엣이 그 위에 선명하게 비쳤고, 나는 한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쿠퍼가 블랙홀 속으로 뛰어들며 느꼈던 것과 같은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어떤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곳에서의 기억과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곳에서 내가 맞이한 바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때도 여전히 이 바람은 나를 반겨줄까요?
다시 돌아올 곳,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따라
"사랑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측정하는 척도야."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그리고 한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순간이 아니라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것.
아이슬란드에서 나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탐험가였고, 영화 속 장면을 직접 체험하는 여행자였습니다.
나는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도 여전히 이곳의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볼 것입니다.
그때도 분명, 우리는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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