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로이의 바람을 따라, 바다와 전설을 걷다 – 몰타 & 로스카보스 영화 촬영지 여행기
2004년, 브래드 피트가 아킬레스로 등장했던 영화 트로이(Troy)는 고대 전쟁의 서사와 인간의 비극을 장엄하게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은, 바로 장대한 자연 배경입니다.
영화 속 두 가지 주요 촬영지, 지중해의 몰타(Malta)와 바하칼리포르니아 끝자락의 로스카보스(Los Cabos, Mexico)를 여행하며 오감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고대의 허구 속에 숨겨진 현실의 공간을 걷고, 실제로 숨 쉬며, 영화의 장면과 감정이 겹쳐지는 순간들을 재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여정은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졌으며,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햇살, 바다, 돌의 감촉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2. 인천공항(ICN)에서 몰타(MLA) / 로스카보스(SJD) 항공편 정보
목적지 | 주요 항공사 | 일반 경유 노선 | 총 소요 시간 | 왕복 항공권 예상가 |
몰타 (MLA) | Lufthansa, Turkish Airlines, Emirates | 인천 > 프랑크푸르트 or 이스탄불 > 몰타 | 약 15~18시간 | 약 110만 ~ 130만 원 |
로스카보스 (SJD) | American Airlines, United, Delta, Aeromexico | 인천 > LA or 샌프란시스코 > 로스카보스 | 약 17~20시간 | 약 130만 ~ 150만 원 |
여행자 팁
- 직항 노선은 없음: 모두 1~2회 경유 필요합니다.
- 미국 경유 시 ESTA 또는 미국 비자 필수
- 항공권은 6~8주 전 예약 시 가장 저렴
- 소요 시간은 환승 시간에 따라 유동적 (짧으면 15시간, 길면 24시간 이상도 가능)
3. 몰타 –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 된 바다, 그리고 아킬레스의 그림자
몰타는 그 자체로 고대의 기운을 품고 있는 섬입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바람의 결은 이국적이면서도 어딘가 익숙했고, 10월 말의 햇살은 따갑기보다는 따뜻하게 어깨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슬리마(Sliema)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영화의 오프닝 장면처럼 거대한 함선이 수평선 너머로 나타날 것만 같았습니다.
몰타 남부의 블루 그로토(Blue Grotto) 인근 절벽은, 영화 속에서 그리스 함대가 트로이 해안에 상륙하던 장면이 촬영된 곳입니다. 저는 아침 7시, 첫 보트 투어를 타고 이 바닷가를 돌았습니다. 바위는 붉고 거칠었고, 물은 비현실적일 만큼 맑고 푸르렀습니다.
그 물결 사이로 영화의 음악이 들리는 듯했고, 아킬레스가 뛰어내렸던 바위 위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멈췄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바다는 수천 년 동안 바뀌지 않았어요. 아킬레스가 아니라, 누가 오더라도 여기는 영웅을 기다리는 곳이에요.”
그 말이 가슴속에 박혔고, 제가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자 팁: 몰타의 대중교통은 버스 위주이며, Google Maps보다는 ‘Tallinja 앱’이 훨씬 정확합니다.
블루 그로토는 바람이 강하거나 파도가 높을 경우 보트 투어가 취소되므로, 날씨 앱을 사전에 확인하고 최소 2일 일정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Men are haunted by the vastness of eternity.”
"인간은 영원의 광활함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_오디세우스 (Odysseus)
4. 로스카보스 – 헥토르의 죽음이 잠들어 있는 해안의 황혼
두 번째 촬영지는 멕시코의 로스카보스(Los Cabos),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휴양지이자 거대한 사막과 바다의 경계입니다.
영화의 후반부, 트로이의 성벽이 무너지고 아킬레스가 헥토르를 무릎 꿇게 한 전장의 일부가 바로 이곳의 플라야 엘 테킬라(Playa El Tequila) 해변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저는 11월 초, 오후 4시에 그 해안을 걸었습니다. 해변은 붉은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조용히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영화의 대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기억되지 않겠지. 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자의 기억은 그를 영원하게 만들 것이다.”
그 장면은 제 안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재생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감정이 그 짧은 파도 소리에 실려 있었고, 저는 아무 말 없이 바다를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숙소는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 중심의 작은 부티크 호텔이었으며, 고요한 분위기 덕분에 영화의 여운을 정리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멕시코는 날씨가 워낙 덥고 강렬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하이드레이션 보충 음료는 필수입니다.
또한 지역 버스는 거의 없기 때문에, 우버(Uber)나 택시 어플 ‘DiDi’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5. 몰타와 로스카보스를 여행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루트
항공 루트 요약
목적지 | 항공사 / 경유지 | 총 소요시간 | 평균 왕복요금 |
---|---|---|---|
몰타 (MLA) | 인천 > 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 > 몰타 | 약 15~18시간 | 110만~130만원 |
로스카보스 (SJD) | 인천 > LA/샌프란시스코 > 로스카보스 | 약 17~20시간 | 130만~150만원 |
비자 정보
- 몰타: 한국인은 90일 무비자 체류 가능 (솅겐협약 국가)
- 멕시코: 180일 무비자, 단 미국 경유 시 ESTA 또는 미국 비자 필수
준비물 체크리스트
- 멀티 어댑터 (EU/US 플러그 모두 필요)
- 접이식 모자, 얇은 바람막이, 수분 보충용 텀블러
- eSIM 또는 현지 SIM카드 (몰타: GO / 멕시코: Telcel)
유의사항
- 멕시코는 밤늦은 외출 지양, 환전은 공항보다 시내 은행 이용 추천
- 몰타는 일요일 대부분 상점 휴무 > 식료품은 미리 구매 필요
- 도보 여행 시 미끄러운 절벽 및 고온 일사병 주의
- 2025년 3월 기준 정보이며, 출발 전 최신 정보 확인 필수
6. 트로이의 바람을 따라, 바다와 전설을 걷다 – 영화의 장면과 내 여정의 겹침
아킬레스의 바다, 헥토르의 해안에서 – 현실과 영화가 마주친 감정의 순간
트로이(Troy)의 장면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아킬레스가 바다를 바라보며 싸움을 준비하던 장면과 헥토르가 붉은 흙 위에 쓰러지는 마지막 그 눈빛이었습니다. 그것은 전쟁의 장엄함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찰나의 고요함이었습니다. 저는 몰타의 절벽 위에서, 그리고 로스카보스의 황혼 해안에서 그 고요함과 마주했습니다.
몰타의 블루 그로토에서는 바다를 향해 바람이 밀려왔습니다. 아킬레스가 상륙하던 그 장면처럼, 새벽의 햇살이 바위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보트의 흔들림 사이로 물소리만이 고요히 귓가를 적셨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오래 머물렀습니다. 마치 그 순간이 지나가면 아킬레스처럼 다시 싸움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로스카보스에서는 파도가 발등을 스치고 물러날 때마다, 영화 속 헥토르의 마지막 걸음이 떠올랐습니다. 바람은 거셌고, 하늘은 붉었습니다. 그 해안에서는 내가 발을 딛는 것조차 하나의 연출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느새 제가 그 장면을 지켜보는 관객이 아니라, 스스로 그 서사의 일부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여행은 때로 질문을 품게 합니다. 내가 이 자리에 왜 왔는가, 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는가. 트로이라는 이야기가 3천 년의 시간을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그 속에 인간의 가장 단단한 감정, 사랑과 명예, 두려움과 용서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몰타와 로스카보스를 걷는 동안 저는 그것들을 오감으로 마주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그 풍경이 불러낸 장면이 더 생생했고, 발바닥에 닿는 모래보다, 그 모래 위에 쓰인 기억이 더 따뜻했습니다. 바람은 단순히 불지 않았습니다. 말을 걸었습니다.
“네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네가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꺼내기 위해서야.”
트로이는 단순한 신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싸움, 하나의 사랑, 하나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전설은 지금도 몰타의 절벽 위와 로스카보스의 해변 위에서 계속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War is young men dying and old men talking.”
"전쟁은 젊은이들이 죽고, 늙은이들이 말만 하는 것이다."
_오디세우스 (Odysse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