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리에서의 마지막 편지 (Last Letter from Paris), 남프랑스의 햇살을 걷다
영화 속 계절과 현실의 공기가 겹쳐진 순간
2024년 10월, 저는 영화 《Last Letter from Paris》를 따라 파리와 남프랑스를 여행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순간, 한 장면이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노트르담을 등지고 센 강 너머의 다리를 건너던 주인공이 햇살을 향해 고개를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햇빛이 그녀의 눈두덩을 비추고, 카메라는 천천히 돌아가며 구겨진 편지를 한 장 펼쳐 보입니다.
바로 그 순간, 저는 ‘여행이 필요하다’는 마음을 확신했습니다.
단순히 파리를 보기 위함이 아닌, 그 장면의 온도를 걷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0월의 파리는 상상보다 따뜻했고, 조금 더 조용했습니다.
기온은 17~20도 사이를 오갔고, 새벽엔 약간의 습기가 얼굴을 스치다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센 강 주변의 공기는 눅눅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받아줄 여유가 있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이 실제 거리 위에서 똑같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저는 그 골목을 걷는 내내 대사를 되새기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2. 인천공항(ICN)에서 파리(Paris) > 루베롱(Luberon) 가는 방법
구간 | 교통수단 | 소요 시간 | 예상 비용 | 비고 |
인천공항 > 파리 샤를드골(CDG) 공항 | 직항 항공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등) | 약 12시간 10분 | 왕복 약 110~130만 원 | 성수기 시 변동 가능 |
CDG 공항 > 파리 시내 (리옹역) | RER B 열차 + 메트로 (또는 택시) | 약 50분~1시간 | 약 13유로(택시 이용 시 70유로) | 리옹역(TGV 출발역)까지 이동 필요 |
파리 리옹역 > 아비뇽 TGV역 | 고속열차 TGV | 약 2시간 40분 | 약 45~90유로 (조기 예매 시 저렴) |
SNCF 앱 사전 예매 추천 |
아비뇽 TGV역 > 루베롱(고르드 등) | 렌터카 이용 | 약 40~50분 | 1일 약 80~100유로 (보험 포함 기준) |
국제운전면허 필수, 차량 추천 |
참고 및 여행 팁
- 총 소요 시간: 비행 시간 포함 약 17시간 내외 (이동과 대기 시간 포함)
- 총 예상 교통비: 약 150만 원 내외 (항공권 포함, 1인 기준)
- 렌터카 추천 업체: Europcar, Hertz, Sixt (아비뇽 TGV역 인근)
- 루베롱은 대중교통 연결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차량 이동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 아비뇽 시내에 숙박 후, 다음 날 루베롱 마을 탐방도 추천됩니다.
3. 파리에서 루베롱까지, 영화가 이어진 여정의 궤적
《Last Letter from Paris》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과 편지, 그리고 시간이 스쳐간 풍경에 대한 영화입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 이어지는 루베롱(Luberon) 지역의 풍경은 관객들의 심장을 부드럽게 무너뜨립니다.
포도밭 너머의 돌담길, 오래된 우체국, 그리고 100년이 넘은 서점.
이 모든 장소들이 영화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이는데, 실제로 그 공간에 가보니 감정은 더 깊었습니다.
루베롱은 파리에서 기차로 약 2시간 반 거리의 아비뇽(Avignon)에서 다시 렌터카로 이동하게 됩니다.
저는 파리 리옹역(Gare de Lyon)에서 TGV를 타고 아비뇽까지 이동하였고, 그곳에서 유로카에서 차량을 대여해 40분가량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해바라기 밭과 포도밭은 영화 속 장면과 겹쳤고, 바람결엔 라벤더 말린 향이 남아 있었습니다.
4. 영화의 중심, 루시가 앉아 있던 언덕의 그 벤치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루베롱의 작은 마을 고르드(Gordes)에 위치한 언덕 위 벤치였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루시가 마지막 편지를 펼치며 ‘그 사람’을 기다리던 장면이 촬영된 곳입니다.
이곳은 지도에 ‘Point de Vue’로 표시되어 있으며, 주차장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산책길 끝에 위치합니다.
제가 이곳을 찾은 날은 흐린 오후였습니다.
잔잔한 구름 뒤로 간신히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벤치 옆엔 라벤더 한 다발이 누군가에 의해 놓여 있었습니다.
그 향이 바람에 실려 퍼질 때, 영화 속 루시의 표정이 겹쳐 보였습니다.
"이 편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그녀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이 풍경은 끝이 아니라 한 감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도 그 벤치에 앉아 편지를 한 장 써봤습니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글자 사이에, 이 공기와 온도, 냄새, 소리 같은 것들이 담긴다는 게 중요했습니다.
루베롱 여행의 오감, 그리고 실전 준비
루베롱은 시선을 빼앗는 풍경도 많지만, 후각과 촉각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 지역입니다.
길가에 말린 무화과, 산책로를 따라 퍼지는 올리브 나무의 향, 돌담에 스치는 손끝의 감촉.
이런 감각들은 영화의 장면보다 더 깊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유용했던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작은 손수건, 둘째는 무선 포터블 프린터였습니다.
손수건은 습기 찬 바람이 불어올 때 목에 두르기 좋았고, 프린터는 촬영지에서 찍은 즉석 사진을 편지에 붙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영화에서 루시가 편지에 사진을 붙이는 장면과 연결되어, 작은 디테일에 감정이 더해졌습니다.
숙소는 고르드에서 유명한 게스트하우스인 Le Petit Mas를 선택하였습니다.
테라스에서 루베롱 산맥이 내려다보이는 구조였고, 아침마다 마들렌과 갓 구운 바게트가 나왔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영화의 팬이라며 제가 루시를 따라 걷고 있다고 하자 미소 지으셨습니다.
항공권과 교통 정보
2025년 3월 기준, 인천공항(ICN)에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CDG)까지의 왕복 직항 항공권은 약 110만 원에서 130만 원 사이입니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아시아나 항공이 직항 노선을 운영 중이며, 약 12시간 소요됩니다.
도착 후, 파리 시내까지는 RER B선 열차로 40분 소요되며, 리옹역에서 TGV를 타고 아비뇽까지 약 2시간 40분 소요됩니다.
아비뇽 역 근처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루베롱 마을들을 편하게 이동하기에 가장 적절합니다.
렌터카 대여 시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 신용카드가 필요하며, 프랑스 도로는 우측통행입니다.
주차장은 대부분 무료이나, 마을 중심지는 도보 이동이 많으므로 편한 신발을 추천드립니다.
유의사항 및 여행 팁
루베롱 지역은 대중교통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반드시 차량 이동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여름(6~8월)은 관광객이 매우 많으며 숙소와 식당 예약이 필수입니다.
라벤더 시즌은 6월 말에서 7월 초이며, 10월은 조용하고 날씨가 온화해 영화적 분위기를 경험하기에 좋습니다.
프랑스는 현재도 주기적으로 교통파업이 있기 때문에, 기차 시간표 및 현장 교통 상황은 반드시 여행 직전 공식 SNCF 앱이나 RATP 실시간 지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5. 파리와 루베롱에서 찾은 맛의 장면 – 영화보다 섬세했던 식탁 위의 여행
파리의 아침, 영화처럼 시작되는 공간
Carette – 25 Place des Vosges, 75003 Paris
그날 아침, 파리의 마레 지구는 비에 젖은 석조 바닥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영화 《Last Letter from Paris》에서 루시가 첫 장면으로 등장했던 회색빛 새벽 골목.
그 장면의 온도와 닮은 공간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때 제가 들어간 곳이 바로 보주 광장에 위치한 Carette입니다.
바게트와 함께 진한 버터가 담긴 작은 은색 접시, 그리고 아몬드 향이 섞인 밀크커피.
창가에 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며 느꼈던 그 아침의 맛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닌 ‘시작의 감정’이었습니다.
초콜릿 크루아상은 바삭하면서도 안쪽이 축축히 눅진했고, 입안에 넣는 순간 바닐라향이 입천장에 감돌았습니다.
가는 방법: 메트로 1호선 Saint-Paul 역에서 도보 7분
매장 분위기: 모든 테이블이 창 쪽을 향하고 있고, 직원들은 항상 조용히 웃습니다.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조차 영화 속 장면처럼 절제되어 있습니다.
루베롱의 작은 카페, 그 편지의 한 구절처럼
Café de la Fontaine – 7 Place du Château, 84220 Gordes
루베롱의 고르드 마을 중심에는 작은 분수대와 함께 동그랗게 테라스를 둘러싼 카페가 있습니다.
영화 속 루시가 편지를 손에 쥔 채 앉아 있던 곳, 실제로는 Café de la Fontaine이라는 이름의 이 카페에서
저는 진한 커피 한 잔과 무화과 타르트를 먹었습니다.
그날 오후, 저는 벤치에 오래 앉아 있었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잠깐 조는 사이 바람에 한 장이 넘어갔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조용히 책장을 다시 넘겨주며 웃었고, 그 표정이 영화 속 루시의 마지막 장면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녀가 무심한 듯 건넨 한 마디. “여기선 종이조차도 기다릴 줄 알아요.”
그 문장이 그날 하루를 설명하는 데 충분했습니다.
가는 방법: 고르드 마을 중심 분수 광장, 주차장에서 도보 3분
추천 디저트: 무화과 타르트, 라벤더 꿀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시트러스 타르틴
매장 분위기: 창은 없지만 바람이 통하고, 돌담에서 반사된 햇빛이 테이블을 따뜻하게 덮습니다.
직원은 많지 않지만, 주문이 늦어도 누구 하나 다그치지 않습니다. 이곳은 느리게 흐르는 영화 같습니다.
편지에 담긴 맛, 아비뇽의 낡은 책방 옆 빵집
Maison Violette – 21 Rue de la République, 84000 Avignon
영화 속 루시가 중간에 들렀던 오래된 서점과 마주한 빵집, 그 공간은 실제로 Maison Violette라는 작은 부랑제리였습니다.
진열된 빵보다, 사람들의 손에 들린 종이봉투가 더 아름다워 보였던 곳입니다.
모퉁이에 놓인 작은 원목 테이블에서 살구 콩피 브리오슈를 먹으며, 저는 짧은 편지를 적었습니다.
그 편지를 쓰며 머릿속에 맴돈 건 이런 문장이었습니다.
“맛있는 빵은 시간이 아니라, 기억을 천천히 익히는 기술이야.”
그곳에서 처음 만난 소녀가 제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고, 우리가 웃으며 앉아 있던 그 순간이 영화의 중간 장면처럼 기록되었습니다.
가는 방법: 아비뇽 중앙역에서 도보 5분
매장 특징: 빵 냄새가 진하게 번지고, 투명한 유리 진열장 너머로 매일 바뀌는 타르트와 페이스트리가 채워집니다.
추천: 살구 브리오슈, 초콜릿 아몬드 타르트, 레몬 머랭
분위기: 관광지 느낌이 거의 없고, 아비뇽 주민들이 아침마다 들르는 일상적인 공간입니다.
영화와 가장 가까운 식탁 – Le Petit Comptoir
6 Rue du Général Leclerc, 84000 Avignon
루시와 연인이 앉아 있었던 저녁 식탁 장면.
촛불 아래 조용히 와인잔을 맞대던 그 장면은 루베롱의 마을 너머, 아비뇽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촬영되었습니다.
Le Petit Comptoir는 세 명의 셰프가 직접 운영하며 매일 저녁 메뉴가 바뀌는 코스 레스토랑입니다.
저는 라따뚜이와 오렌지 꿀에 절인 오리 가슴살,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닐라빈이 들어간 크렘브륄레를 먹었습니다.
그 음식의 향과 식감은 말보다 감정을 먼저 움직였고, 와인 한 모금 후 이어진 정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정적 속에서, 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다시 마주한 듯했습니다.
가는 방법: 아비뇽 중심지, 시청사 근처 골목
가격대: 1인 코스 약 40~60유로
분위기: 조명이 낮고 음악이 없으며, 커틀러리 소리마저 배려가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6. Last Letter from Paris, 편지처럼 걷는 여행, 기억을 남기다
고르드의 벤치에서 꺼낸 감정
"This letter isn’t an end. It’s the beginning."
“이 편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고르드의 언덕 위, 잔잔한 햇살이 비치던 그 오후에 저는 루시처럼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속 그녀가 구겨진 편지를 펼치던 장면처럼, 저는 조심스럽게 내 감정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그 대사는 바람을 타고 현실 속 내 귓가를 지나며, 다시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Last Letter from Paris》는 단순히 사랑을 그리는 영화가 아니라, 기억을 다시 걷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파리의 센 강변에서부터 루베롱의 돌담 골목길까지, 주인공의 감정선은 마치 연필로 조심스럽게 그려낸 여행 노선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선을 따라 직접 걷고 숨 쉬며, 내 삶에도 작은 밑줄 하나를 그어보았습니다.
기억을 보낼 수 있는 주소
"Sometimes a place remembers more than a person does."
“어떤 장소는 사람보다 더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요.”
고르드의 마을 입구에는 작은 우체국이 있습니다.
영화 속 루시가 편지를 보내던 장소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저는 그곳에서 엽서를 한 장 사서 누군가에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엽서를 쓰며 느낀 것은, 여행이란 결국 ‘기억을 보낼 수 있는 감정의 주소’를 찾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주소는 특정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느낀 공기, 냄새, 소리, 빛 속에 존재합니다.
라벤더 밭을 지나던 순간, 바람이 무릎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저는 이 여정이 끝나간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도 감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감정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손끝에 남아 있습니다.
걷는다는 것, 꺼내는 것
"You don’t always write a letter to send it. Sometimes, you write it to hear your own heart."
“편지는 누군가에게 보내기 위해 쓰는 게 아니에요. 때로는, 내 마음을 직접 듣기 위해 쓰는 거예요.”
《Last Letter from Paris》는 감정의 물성을 가진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따라 걷는다는 건,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어떤 것을 다시 꺼내어 껴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여행으로 연결될 때, 우리는 더 깊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파리의 회색빛 새벽, 루베롱의 황금빛 오후, 벤치 위의 고요함.
모두가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장면’이었고,
저는 그 장면 속을 걸으며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다시 배웠습니다.
당신도 언젠가 이 길을 걸으시길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했던 감정 하나를 품고 이곳을 찾는다면,
루시가 그랬듯 당신도 분명 자신만의 마지막 편지를 다시 꺼내게 되실 것입니다.
그때 이 문장을 꼭 떠올려 주세요.
“편지란, 시간이 아닌 감정에게 보내는 것.”